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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이준석이 그리는 그림에 대한 단상

evera_fter 2021. 7. 3. 18:23

 요즈음 이준석이 만들어내는 돌풍이 연일 화제가 되고있다. 이준석은 내가 관심을 가지고 행보를 지켜보는 거의 유일한 정치인이다. 서울과학고 출신에 하버드 컴퓨터공학과를 전공한 공학도라는 점, 30대에 불과한 젊은 청년 세대라는 점이 처음 내 이목을 끌었었다. 통상의 정치인들이 늘어놓는 어렵고 복잡한 문장들과는 달리 이준석이 하는 말 만큼은 간결하고 명확했다. 본인이 주장하는 바를 뒷받침 하는 논리들이 일관되어 공감하기도 쉬웠다. 무엇보다 '옳은 것은 옳고, 그른것은 그르다'고 할 줄 아는 몇 안되는 정치인이었다. 대학교 새내기 시절, 이준석이 만든 교육봉사단체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에서 6개월간 봉사하기도 했다. 이런 이준석이, 제1 야당의 당대표가 되어 자신의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다. 그 첫 획은 토론 배틀을 통한 당 대변인 선발 프로젝트이다. 이런 파격적인 첫 획을 통해 예상할 수 있는 이준석의 앞으로의 행보와 이에 관련된 내 단상을 적어보려 한다. 


 이준석은 박근혜정부 시절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그후 10년, 3번의 국회의원 낙마를 거쳐 이자리에 오게되었다. 이준석 딴에는 그간의 정치활동을 통해 느낀점이 많았을 것이며, 한국정치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본인 나름의 해결방안을 여럿 고안해두었으리라 생각한다. 특히, 오늘날 대두되는 '공정과 정의'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하는 사회 문제들은 정치당론뿐만 아니라 정치인들 개인의 신념과 가치관까지 요구한다. 이에 대해 정치인들은 당론과 자신의 이해를 일치시키려 급급하나, 이준석 정도 만이 본인의 가치관을 일관되게, 명확히 할 줄 안다. 이준석 본인도 이를 인지하고 문재인정부가 실패한 '기회의 평등' 아젠다를 '대변인 선발 토론 배틀'을 통해 직접 내보인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라는 문구는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대한민국 국민들, 특히 2~30대 청년들은 이에 깊이 공감했다. '국민 청원'을 앞세운 소통 정책 또한 파격적이었다. 그러나 민주당과 정부가 이해하는 '정의'와 현실에 맞닿아있는 이들이 이해하는 '정의'는 다른 것이었다. '기회의 평등과 과정의 공정'이란 동일한 역량의 개인이 도달할 수 있는 고지의 높이가 같음을 의미한다. 문제는 개인이 도달할 수 있는 고지의 높이가 달라질때, 문제점을 어떻게 진단하고 처방하느냐다. 

 

 두 사람 A, B가 달리기 시합을 한다. A는 평탄한 길, B는 바위투성이 길을 달린다. 두 명의 달리기 역량은 같다고 할때 승자는 A임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역량이 같음에도 결과가 다르니 이 달리기시합에는 문제가 있다. 올바른 문제해결 방법은 B가 달리는 길의 바위를 제거하는 것 정도가 된다. 그러나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가 보여준 해결책은 다음과 같다. B의 출발선을 앞당겨 A와 B가 동시에 도착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평가를 내린다. 'A와 B의 달리기 역량은 동일하다.' 두 번째 해결책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A보다 달리기 역량이 부족한 C가 와서 출발선을 더 앞당겨달라고 요구하고, A보다 먼저 결승선에 도달하는 것이다. 

  

 위와 같은 처방이 반복되자 제일 큰 피해를 보는 것은 2~30대 청년들이었다. 모든 세대 중 가장 많은 기회를 받고 한창 역량을 펼쳐야 할 세대가 기회를 몰수당하고 불공정한 경쟁을 하게되었다. 그러나 그들의 목소리는 '차별을 부추기는 기득 세력'의 프레임에 갇힌 채 사회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는 C의 표를 얻기 위해, 혹은 C의 커다란 목소리를 낮추기 위해 A의 목소리를 무시해왔다. 그리고 그 결과는 민주당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이준석의 국민의 힘 대표 당선으로 나타났다. 


 이준석은 근 2~3년 사이 비약적으로 많아진 미디어를 통해 대두되는 사회문제에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당 표심을 유지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함을 인지했다. 따라서 단순히 당론에 따라 기존처럼 정책을 양산해 내는 것이 아니라, 시대가 요구하는 공정과 평등, 정의의 본질을 명확히 판단하여 현실 정책에 적절히 반영하고 그 명분을 일관되게 하는 능력이 필요해졌다. 그 역할을 해내는 핵심적인 자리 중 하나가 바로 당 대변인이다. 당의 수 많은 입장이 대변인의 입을 거쳐 전달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당 대변인의 토론배틀 선발은 시각적 효과를 위해서만이 아닌 진정 그럴 필요가 있기에 진행된 것이라 볼 수 있다. 

 

 토론이란 것은 남의 입장에 반박하기 이전에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하는것이 제1순위다. 토론을 하다보면 자신이 무슨이야기를 하는지 몰라 일관된 입장을 펼치지 못하고 공격당해 지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논리와 상대의 논리의 차이를 인지해야 그 틈을 비집고 효과적인 반박 및 공격이 가능한 것이다. 때문에 당의 입장을 확실히 하고 견고히 하여 기자들의 질문에도 변함없는 입장을 유지하는 능력을 입증하는 데에는 토론만한 것이 없다고 본다. 이준석 본인 또한 이전 인터뷰에서 토론의 중요성을 피력한 바 있으니 비슷한 생각을 했다고 본다. 

 

 이준석이 토론 배틀을 주최한 첫번째 의중은 '정의와 공정'에 대한 시각적 효과, 두번째는 앞서 말한 실제적 필요성이다. 내가 생각하는 마지막 의중이 있다. 대학교에 진학한 후,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고를 가진 사람이 있음을 깨달았다. 같은 문제를 두고도 다른 방향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일이 허다했다. 진보, 보수의 의견 차이가 흔한 예시이다. 그러나 이 두 세력은 각자의 신문, 언론, 방송, 미디어에서만 각자의 이야기만을 할 뿐 서로의 입장 차를 좁히려하지 않았다. 인터넷 커뮤니티 또한 성향이 나뉘어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끼리만 이야기할 뿐이었다. 이를 보고 내가 언뜻 구상한 사회상이 있다. 

 

 정부에서 주관하여, 공적인 대국민 대상 토론의 장을 마련하여 주기적으로 토론을 실시하는 것이다. 주제는 사회 문제, 정책 문제 등 좀처럼 의견이 좁혀지지 않는 문제들이다. 국회의 정치인들은 어깨가 무거워 말할 수 있는 영역이 제한되어있다. 세간의 정치 논객들 또한 자기가 속한 진영의 미디어에 초대받기 위해 몸을 사린다. 일반인이 자유롭게 나설 수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는 '중도'이다. 의외로 쉽게 대다수가 만족하는 합의점에 도달할 수 있다. 모두가 TV만을 쳐다보며 한소리 내뱉는 수준의 정치참여는 개선되어야 한다. 누구나 집단의 의견을 대변하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어야 한다. 

 

 위와 같은 생각을 하고 한동안 잊고 지냈었다. 몇 년 뒤, 이준석이 대국민을 대상으로 토론배틀을 진행한다고 했을때 다시 이 생각이 떠올랐다. 비록 대변인 선발을 위한 토론 배틀이지만, 배틀에서 주어진 토론 주제들은 모두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점들이고, 간접적이나마 내가 그리던 사회상을 구현했다고 볼 수 있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준석의 세번째 의중을 내 멋대로 추가해보고자 한다. 이준석은 토론배틀을 시작으로 일반인의 정치참여를 더욱 증가시킬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소통의 창구를 더 넓히고, 정치적 구호의 세기로 판단하는 정치능력보다, 실질적인 정치능력이 강조되는 한국정치를 만들어나가려 할 것이다. 

 

 이제 36살인 이준석이 앞으로 보여줄 정치행보는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본다. 기대하는 동시에, 응원하는 마음으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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