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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고등학교 기숙사, 일단 보내면 안심? (2)

evera_fter 2020. 8. 28. 02:47

*본 글은 글쓴이가 2019년 새내기 시절 '대학글쓰기 1'강좌를 수강하며 과제로 작성했던 글입니다. 

*본 글은 2016~2018년 글쓴이가 고등학교에서 직접 경험한 사실을 바탕으로 기술되었으며, 현재와는 맞지 않는 사실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음을 밝힙니다. 

 

[본문]

 

 세과예영의 정독실에서 전자기기 사용은 금지되며, 2019년부터 화장실 이용 횟수까지 제한되었다. 또, 컨디션이 좋지 않은 학생들로 하여금 자습을 면할 수 있도록 해주는 ‘요양제도’ 또한 그 횟수가 한 달에 두 번 남짓으로 감소했다. 평일의 하루 일과 중 자유시간은 식사시간 전후로 짧게 주어진다. 밤 12시 이후에는 의무적으로 취침이며 강제 소등 및 소란행위 금지이다. 12시 이후 기숙사 복도를 걸어다녀도 원칙적으로 벌점이 부과된다. 유일한 공식적인 자유시간은 일요일 오전이다.

 

 전자기기 사용 규제도 다양하다. 점호 이후 전자기기 사용 규제, 학습목적 외 전자기기 사용 규제 등이 있다. 세과예영의 경우 학습 목적 외 단순 검색도 전자기기 사용 규칙 위반에 해당한다. 부당한 목적으로 전자기기를 사용하다 적발되었을 경우 즉시 해당 전자기기가 한 달 동안 압수된다. 두 번째 적발 시 기숙사 퇴사이다. 또 휴대전화는 기숙사 귀사 시 학교에 제출해야 한다. 규칙대로라면, 학생들은 뉴스도 보지 못하므로 외부사회와 완전히 단절된 채 24시간을 보내야 하며, 필요한 사안이 아니면 외부 사람들과 연락도 취하지 못한다. 부모님과 연락할 수 있는 정당한 수단은 교내에 설치된 유선전화기이다. 시간이 흘러서야 어느 정도의 메신저 사용이 허용되는 관행이 생겼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에 대해 기숙사 생활에서의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공익보다 자기행동결정권의 제한과 통신의 자유 제한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11] 이 규제들은 오직 면학 분위기 조성 및 학업 효율 증진이란 명목으로 유지된다.

 

 그 외에 연애 규제가 대표적이다. 민족사관고등학교를 비롯한 고등학교 200곳의 70% 이상이 연애를 금하고 있으며[12], 기숙학교로 한정 지을 경우 규제의 비율이 더 높을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A그룹 8개교의 경우 6개교가 이성교재를 금지하고 있다.[13] 공강시간 이동 규제 등 학교 측에서 판단하기에 면학 분위기를 해친다고 여겨지는 것들은 대부분 금지된다.

 

 규제의 두 번째 명목은 학생들의 물리적 통제 및 관리이다. 고등학교 기숙사에서는 아직 미성년자인 학생들이 단체로 장기간 생활해야 하므로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에 학생들의 개별행동을 최소화하고 기숙사 내 학생들의 통제가 필수적이다. 대표적인 규제로 학교 밖으로의 외출, 외박 금지가 있다. A그룹 8개교 모두가 최대 일주일에 한 번의 귀가를 공식적으로 규정하고 있다.[14] 전국 단위 고등학교 기숙사의 경우 공식적인 귀가가 잦을수록 학생, 학부모들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귀가를 적게 두는 경향이 있다. 허나 이 때문에 평소에 간단한 용무에 의한 외출, 외박이 필요해진다. 세과예영의 경우 기숙사 규정에 ‘외출 및 외박은 원칙적으로 금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부득이한 경우 선생님에게 사유를 말하고 외출증을 끊어야 외출할 수 있다. 공식적으로 학생들이 학교 밖으로 외출하는 날은 손에 꼽는다. 기사에 따르면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모 기숙형 고등학교에서 무단 외출한 학생에게 2주 퇴사 처분을 내린 것은 행동자유권 침해라고 판단하며 규정 완화를 권고한 바 있다.[15]

 

 그 외에 외부 배달음식 규제, 기숙사 입, 출입 시간 규제, 앞서 말했던 기숙사 전반적인 일과시간 규제가 여기에 해당한다. 학생들은 하루 시간대에 따라 이동할 수 있는 곳, 있을 수 있는 곳이 제한되며 이를 정당한 사유 없이 벗어나면 벌점을 받게 된다. 고등학생이 모든 행동을 정당한 사유 하에서만 할 필요는 없다. 결국 이런 저런 조건을 붙여 학생들의 이동을 제한하는 행위는 학생의 행동권 침해에 해당한다.

 

 위와 같은 규제들은 모두 기숙사 상벌점제도, 학교 상벌점제도로 이루어진다. 허나 모든 규정이 100% 엄격하게 지켜지진 않는다. 사감이나 학교측에서 몇몇 규정을 느슨하게 적용하는 관행이 있다. 하지만, 규정을 공식적으로 수정하지 않고 일부 선생님이나 사감측에서 임의로 규정에 여유를 둘 경우 여러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 예로, 세과예영에서는 사전에 학교 측에 신청을 하여 허가를 받아야 와이파이 사용이 가능한 노트북실을 자습시간에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이 번거롭고 급하게 과제를 해야할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2차 자율학습 시간에 한해 사감이 직접 노트북실 이용을 허가해주는 관행이 있다. 그러나 규정으로 명시되지 않는 이상 이 관행이 항상 유지되지 않는다. 이 경우 노트북실 이용 결정권이 사감에게 있는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에 학생들은 이용 허가를 받기 위해 사감에게 구구절절한 사유를 늘어놓게 되고, 사감은 그날그날에 따라 허용 여부를 달리한다. 때문에 마치 사감에게 권력이 양도된 듯한 현상이 발생하며, 사감 또한 관행을 적절히 유지하는 데 피로를 느낀다. 관행이 규정처럼 굳어지게 되면 사감의 입장에선 다시 원칙대로 진행하기가 어려워지고 학생과의 마찰이 발생하게 된다. 더불어 학교측의 개입으로 이러한 관행들이 일정 주기로 없어졌다 생기기를 반복한다. 결국 적절한 규정이 생기지 않는 한 학생들과 기숙사 측의 마찰은 반복되고,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부당한 권리 침해를 당한다고 인식하게 된다.

 

 기숙사 뿐만 아니라 학교 측과 학생 사이에서도 과도한 규정에 대해 일정수준 유예를 두는 합의를 보는 경우가 있는데, 이 합의가 모든 교사들에게 공유되지 않는 경우 교사마다 규정을 다르게 적용하여 학생들의 혼란을 빚는 상황이 발생 한다. 이 경우 또한 마찬가지로 학생들 입장에서는 권리 침해로 인식하게 된다. 예로, 선생님 별로 전자기기 압수 기준을 달리 두어 학생들간에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에 특정 학생들이 부당함을 느끼게 된다.

 

 인권 침해를 개선하기 위한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학생들에게 더 많은 자율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즉, 규제를 완화시켜 권리를 침해할 여지를 애초에 줄이는 것이다. 규제를 완화하지 않고 갖가지 명목을 추가시켜봐야 큰 의미가 없다. 규제가 많아질수록 반작용으로 학생들의 일탈이 많아지고 규제가 다시 증가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러나 학교의 운영위원회라는 공적인 회의에서 규제를 완화하자는 논의가 성사되기는 어렵다. 때문에 교육청 등의 상위 공공기관에서 적극적으로 관련 사항에 대해 권고를 내려야 한다. 권고가 효력이 없다면 법으로서 최소한의 학생 인권을 합리적으로 보장해야한다.

 

 규제가 완화되고 학생들의 자율권이 보장되는 가장 바람직한 과정은 학교측과 학생측의 원활한 의사소통이다.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 학생사회와 학교가 대등한 입장에서 의사소통하는 경우는 없다. 학생의 요구가 학교에 수렴되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세과예영의 경우 전체 학생 회의에서 몇 시간에 걸쳐 의결된 내용이 실제 교무회의에서 갖는 영향력은 매우 적다. 학생회의 의견을 전달해주시는 선생님이 간접적으로 교무회의때 지나가는 말로 언급해주는게 최선이다. 반대로 학교 교장이 학생들의 여름 복장 규정과 관련한 논의를 학생회의때 요구했었는데, 그때 의결된 내용 또한 교장의 의견과 맞지 않자 한마디로 일축되어버렸다. 이 외에 공식적으로 학교측에 학생의 요구를 전달하는 장치는 없으며, 모두 사적으로 부탁하거나 공론화시키는 수 밖에 없다. 기숙사 측과 학생들과의 의사소통도 문제가 많다. 기숙사의 사감들은 학교측의 요구를 최우선적으로 이행해야 하기 때문에 학생들과 합의하거나 협상할 수 있는 영역이 극히 적고, 설령 합의된 부분을 관행적으로 이행한다 하더라도 앞서 말한 문제점이 나타난다. 결국 학생과 학교측의 소통이 필요하다.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자식과 물리적으로 단절되어 있으니 학교 상황을 상세히 알기 힘들고 학부모들끼리의 소통도 원활치 않으니 문제점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하기가 마땅찮다. 이러한 이유에서 학생, 학부모, 기숙사, 학교의 4주체의 공식적인 의사소통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입장을 명확하게 피력할 수 있고 학교 또한 과도한 규제를 완화할 전환점을 찾을 수 있다. 학부모들은 교내 학생들이 처한 문제점을 공론화하여 전달받을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처를 더 원활히 할 수 있다. 의사소통만으로 합의점을 찾게 될지는 별개의 문제이지만 분명 이전보다는 학교와 학생의 이해가 서로 발전해나갈 것이다.

 

 오늘날 대한민국 고등학생의 상당수가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으며, 대입 성적 상위 고교의 경우 기숙사 운영 빈도가 더 높다. 학부모들은 명문 고등학교 기숙사에 자녀들을 진학시키고자 하지만 정작 어떤 문제점들이 도사리는지는 잘 인지하지 못한다. 이는 기숙사의 폐쇄적인 환경에 기인한 것이고 결국 고질적인 인권침해 문제들이 개선되지 않고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대표적인 인권침해 요인으로 과도한 학생 행동 규제가 있으며, 입시 실적이 좋은 고등학교일수록 생활 규정이 박하다. 이러한 행동 규제들은 학생들의 행동권 침해, 자기결정권 침해를 일으킨다. 더불어 기숙사 규정이 명확하고 공정하지 않을 경우 사감과 학생들간의 갈등이 심화되어 학생이 부당함을 느끼는 경우가 빈번하게 되고, 교사와도 갈등이 빚어진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본질적으로 학생들의 자율권 보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나 교육청의 정책적 변화가 절실하다. 바람직한 규제 완화를 위해서는 학생, 학부모, 기숙사, 학교 4주체의 원활한 의사소통이 전제된다. 그동안 학교와 학생의 입장이 서로 다르고 이해가 부족한 데서 갈등이 계속 빚어지므로, 의사소통 장치를 통한 여러 문제점들에 대한 공론화의 장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여겨진다. 아직 미성숙한 학생들의 인권은 더 민감하게 보호되어야 하고, 고등학교 기숙사에서 학생들은 홀로 정글에 던져진 꼴이다. 알게 모르게 학생들이 상처받고 심신이 망가지는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사회 전체가 이 사안에 대해 진중하게 관심을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최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각주]

[1] 국가인권위원회 편, <2015 인권상담사례집>, 국가인권위원회, 2016, pp.114-116.

[2] 주준영, <"고교 10곳 중 7곳 연애 제한"…민족사관고등학교 학칙 이면 현실>, 《울산종합일보》, 2019.12.14., <http://ujnews.co.kr/news/newsview.php?ncode=1065589675204026>, 2019.12.15.

[3] 전민희, op. cit.

[4] Loc. cit.

[5] 이현정, <인권위, “무단 외출한 기숙생 2주 퇴사는 행동자유권 침해”>, 《헤럴드경제》, 2018.12.16.,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81214000579>, 2019.12.15.

 

[참고 문헌]

1. 교육통계연구센터 편, <2018 교육 통계 연보>, 교육부, 2019.

2. 국가인권위원회 편, <9-10 인권상담사례집>, 국가인권위원회, 2010.

3. 국가인원위원회 편, <11-12 인권상담사례모음집>, 국가인원위원회, 2012.

4. 국가인권위원회 편, <2015 인권상담사례집>, 국가인권위원회, 2016.

5. 유주영, <수능 톱100 가운데 71개 기숙사학교…’보딩스쿨시대’ 개막>, 《베리타스 알파》, 2013.04.02.

6. 이경원, <기숙형고교 학생인권 사각지대>, 《서울신물》, 2008.09.25.

7. 이현정, <인권위, “무단 외출한 기숙생 2주 퇴사는 행동자유권 침해”>, 《헤럴드경제》, 2018.12.16.

8. 전민희, <[커버 스토리] 기숙사 학교의 비밀>, 《중앙일보》, 2015.10.14.

9. 전민희, <인헌고 학생 20명 “교사에게 ‘너 일베야?’ 말 들었다”…수능 이후 추가조사>, 《중앙일보》, 2019.11.01.

10. 정성인, <학교 운동부 합숙소 인권 침해 사각지대>, 《경남도민일보》, 2019.10.24.

11. 주준영, <"고교 10곳 중 7곳 연애한다"…민족사관고등학교 학칙 이면 현실>, 《울산종합일보》, 2019.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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