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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대한민국 입시에서 비교과 활동이 갖는 의미

evera_fter 2021. 2. 13. 00:10

* 본 글은 '대학생-청소년 입시컨설팅 플랫폼 소다란'의 '입시톡'에 대학생 칼럼으로 기고되었던 글을 일부 수정한 글임을 밝힙니다.

 

 

<대한민국 입시에서 비교과 활동이 갖는 의미>

 

 

#1 비교과는 금수저를 위한 것?

 문·이과 구분 없이 수시로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들이라면 비교과 활동을 소홀히 할 수 없다. 특히 상위권 대학 진학을 노리는  학생들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철저히 ‘비교과 스펙’을 쌓아나갈 것이다. 일부 학생들은 반문할 수 있다. 이러한 비교과 활동들은 오로지 대입을 위한 ‘스펙’에 불과한 것 아니냐고, 재력 있는 집안의 ‘금수저’들의 상위권 대학 입학을 위한 ‘꼼수’가 아니냐고. ‘절반’은 옳은 주장이다.

 

 글쓴이는 영재학교를 졸업했는데, 영재학교는 단연코 대한민국에서 비교과 활동을 가장 많이 장려하고, 실제로 많이 하는 학교이다. 일반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비교과 활동을 꾸려나가야 하는 것과 달리 영재학교는 비교과 활동 시스템이 철저히 잘 갖춰져 있어서 가만히 있어도 기회가 수없이 쏟아진다. 글쓴이의 활동을 조금만 나열해보자면, 반 회장, 동아리 부장, 학생회, 교내 세미나 개최 등이 있고, 내/외부 대회 시상 및 연구, 인턴십 활동은 너무 많아 생략할 정도다. 그러나 이 정도의 스펙도 동기들 사이에선 평범한 편이었다.

 

 갑자기 자기 자랑을 늘어놓는 이유는 이러한 비교과 활동 경력들이 ‘얼마나 덧없는 허울’인지 설명하기 위함이다. 대입 자소서를 쓸 적에 큰 충격을 받았는데, 이유인즉 ‘내가 진정으로 느낀 바를 3줄 이상 서술할 수 있는 활동’이 몇 없었다는 것이다. 당연한 결과였다. 학교에서 마련해준 연구 프로그램은 도중에 열정이 식어 이수 조건만 채웠고, 오로지 스펙을 목적으로 개최한 세미나는 내게 무슨 의미가 있었는지 도저히 알 턱이 없었다. 겉보기만 화려한 ‘허울’ 그 자체였다. 그러나 허울을 부끄러워하긴커녕 몸을 치장하는 장신구로 착각하는 동기들이 참 많았다. 심한 경우 외부대회에 돈 주고 산 연구결과를 출품해 상을 타는 경우까지 보았다. 이것이 ‘절반’은 옳다고 말한 까닭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나머지 ‘절반’이 갖는 의미를 알 필요가 있다.

 

#2 진정한 비교과 활동이란

 비교과 활동이란 겉만 화려해선 안 되는, 진정 느낀 바가 있는 활동이어야 한다. 솔직히 고등학생 수준에서 정말로 유의미한 연구나 외부활동은 하기 어렵다. 넓은 인맥을 가진 부모를 둔 학생이라면 친한 교수님 연구실에서 보여주기식 인턴을 하거나 심지어 논문 저자에 이름을 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례를 보고 배 아파하며 내 신세를 한탄해야 할까? 전혀 그럴 필요 없고, 한탄한들 본인만 손해일 뿐임을 명심하자. 그렇다면 평범한 고등학생이 아무런 배경 없이 비교과 활동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바로 적절한 ‘흥밋거리’다.

 

 사실 대한민국의 고등학생에게 ‘너의 흥미는 무엇이니?’라는 질문은 무책임하다. 그들 주위엔 흥미나 취미를 굉장히 가지기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 기타를 매우 열심히 친다고 한들 주위에서 ‘공부나 잘해라’는 반응이 예상된다. 그래서 당장 유튜브 시청 외 흥미가 없어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저 주위나 평소에 쉽게 지나쳤던 것들에 대해 조금씩 더 관심을 가지면 된다. 신문을 읽고 정치에 관심을 가져본다든지, 인터넷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궁금하다든지, 이 책을 쓴 작가의 다른 작품이 궁금하다든지 등이다. 굳이 이과와 관련될 필요는 없다. 이렇게 조금씩 평범한 일상에서 ‘문제의식’과 ‘탐구심’을 기르는 훈련을 하길 추천한다. 이러한 방법으로도 흥미를 갖지 못하겠다면 우선 닥치는 대로 동아리나 대회에 참여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때론 인생의 전환점이 우연처럼 찾아올 수 있기에.

 

 어떤 주제에 대해 흥미를 갖는 것에 성공했다면 흥미를 구체화해 일차적인 활동 목표를 세워야 한다. 이때 활동의 조건은 ‘1) 활동을 통해 주제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쌓이는가, 2) 활동 목표가 명확하고 구체적인가?’ 다. 이 첫 활동은 생활기록부 기재 여부를 신경 쓰지 않고 목표가 간단한 것으로 정해보도록 하자. 다음 과제는 ‘지속성’과 ‘깊이’이다. 첫 활동을 마무리 지으면 분야에 대한 시야가 생기기 시작하고 다음 목표가 보이기 마련이다, 그럼 반드시 다음 목표로 나아가자. 그러다 보면 ‘지속성’이 생기고, 해당 분야에 ‘깊이’가 생긴다.

 

 활동이 거창할 필요는 전혀 없다. 다만 본인이 하는 활동들의 방향과 동기가 명확해야 한다. ‘본인이 가진 흥미를 좇아 배움을 이어나가고 독창적인 결과를 낼 줄 아는 것’, ‘스스로 학습을 ‘주도‘ 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것’, 이것이 바로 서울대학교가 요구하는 ‘학업 역량’이자 비교과 활동이 갖는 의의다.

 

#3 대입을 준비하는 자세

 공대 지망생뿐만 아니라 대입을 준비하는 모든 고등학생에게 개인적으로 해주고 싶은 이야기다. 고등학교 시절 내신공부를 열심히 하여 대입에서 좋은 결과를 거두는 것이 청소년기에 이룰 수 있는 최선의 결과물일까? 결과물로선 그럴 수 있겠으나 그 과정에서 성장해야 할 덕목이 잘못 겨냥된 경우가 많다. 여러분은 서울대에 입학하면 그 이후의 삶이 모두 호기롭고 멋지게 풀려나갈 것이라 기대하는가? 겉으론 그럴 수 있겠으나 행복을 찾아보긴 힘들다. 서울대에 입학한 순간부터 당장 나보다 공부를 잘하는 인재들과 4년간 경쟁해야 하며, 학점, 스펙, 인맥 관리를 위해 홑몸으로 넓은 캠퍼스를 열심히 뛰어다녀야 한다.

 

 그 누구보다 곤경에 처한 사람은 바로 어디로 뛰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다. 대학생은 누가 무엇을 공부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너의 목표를 정해주지 않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취업 걱정 없다는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의 동기들과 진로 이야기를 자주 하는데, 지금까지 자신의 진로와 목표가 무엇인지 명확히 말하는 친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농담이 아니라 이것이 대한민국 대학생의 현실이다.

 

 자고로 ‘지성인’은 지식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식을 올바르게 사용하고, 추구할 줄 아는 사람이다. 지식을 추구하기 위해선 적절한 ‘동기’가 필요하다. 내가 이루고 싶은 목표가 무엇인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떤 공부와 경험이 필요한지 생각하는 과정이 바로 그 동기가 된다. 따라서 ‘배움의 동기’는 곧 삶의 원동력이 된다. 그러나 대한민국 공교육은 지식은 가르칠지언정 ‘학습의 동기’는 가르치지 않는다. 수많은 대학생이 갈 곳 잃은 채 방황하는 이유다. ‘비교과 활동’은 이러한 ‘학습의 동기’를 청소년기에 경험해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4. 마치며

 여러분, 부디 학벌을 부러워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러나 무언가에 무섭도록 몰두하며, 스스로 길을 찾아 나가는 친구를 본다면 부디 부러워하고, 본받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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