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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고등학교 기숙사, 일단 보내면 안심? (1)

evera_fter 2020. 8. 28. 02:36

*본 글은 글쓴이가 2019년 새내기 시절 '대학글쓰기 1'강좌를 수강하며 과제로 작성했던 글입니다. 

*본 글은 2016~2018년 글쓴이가 고등학교에서 직접 경험한 사실을 바탕으로 기술되었으며, 현재와는 맞지 않는 사실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음을 밝힙니다. 

 

[본문]

 

 요즈음,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가 일상화되며 음지에 있던 사회적 문제들이 수면 위로 떠올라 공론화되는 일이 잦아졌다. 특히 중, 고등학생들이 학교에서 대면하는 인권 침해 문제들을 덮지 않고 적극적으로 공론화시키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인헌고 사태는 특정 교사의 정치적 발언과 사상 강요를 문제 삼은 학생들이 문제를 공론화시키며 세간에 알려졌다.[1] 고등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의 경우 더 많은 인권 침해 문제들과 직면하기 마련이지만 정작 공론화된 경우는 드물다. 일단 학생이 기숙사에서 지내면서 물리적으로 외부와 단절되어 가까운 보호자에게 문제의식을 공유할 기회가 적고 서서히 상황에 적응하여 문제의식이 희미해진다. 학생들이 문제의식을 공유하더라도 학교측에서 적극적으로 문제를 개선할 의지가 없는 경우가 많고, 물리적으로 단절된 학부모는 대응이 한발 느릴 수 밖에 없다. 기사에 따르면 학교 운동부 합숙시설 내 만연한 인권 침해가 최근에야 조사되어 실태가 드러났는데 이 경우에서도 기숙사의 폐쇄적인 환경이 공론화를 늦췄다고 볼 수 있다.[2] 더불어 국가인권위원회의 상담 사례로 기숙형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학생이 폭행을 당했으나 2달 뒤에야 자치위원회가 열린 경우가 있다. 이 경우 학교 측이 사건을 덮기 위해 학생을 기숙사에 방치했다.[3] 이러한 사례들과 본인의 경험에 빗대어보면 기숙형 고등학교 내 만연한 인권 침해 문제의 대다수가 문제 인식조차 되지 않고 있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나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4] 아직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고등학생이 장시간 보호자와 단절되었을 때 인권 침해에 노출된다면 그 정신적, 물직적 피해는 복구하기 어렵다. 이 글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기숙형 고등학교 내 인권 침해 요인들이 있는지 사례와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또, 이를 바탕으로 인권 침해를 예방하기 위해 개선방안이 필요한지 알아본다.

 

 고등학교 기숙사는 학생들이 기숙사에서 같이 생활하며 공동체 의식을 기르고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길러 학습역량을 증진 시킬 수 있다는 순기능을 가진다. 집에서 떠나 동기들과 한곳에서 같이 생활하는 형태는 학교뿐만 아니라 선수단, 훈련소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모두 협동심을 기르고 훈련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함의 목적을 가진다. 공부 또한 마찬가지이다.

 

 대한민국의 기숙형 학교는 초, 중, 고등학교 중 고등학교가 95%를 차지하며, 경기, 전북, 전남 순으로 기숙사 재실 인원이 가장 많다. 총 1300여개의 기숙형 고등학교가 있고, 서울에 약 80개, 경기에 약 200개가 있다.[5] 즉, 서울, 경기의 대도시 지역 고등학교 개수가 약 800개이고, 그 외 지역에 1500여개의 고등학교가 있음을 감안한다면 서울, 경기의 기숙형 고등학교 비율이 타 지역보다 현저히 적다.[6] 그러나 결국 전국적으로 약 60%의 고등학교가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특히 과학고등학교, 외국어고등학교의 특수목적고등학교와 자율형 고등학교, 특성화고등학교의 경우 상당수가 기숙형 고등학교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대한민국 고등학생의 상당수가 기숙사를 경험하고 대학교에 진학하게 된다.

 

 이처럼 고등학교 기숙사와 관련하여 논의되는 문제들은 비단 소수 수도권 학생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과반수 고등학교의 학생들에게도 해당한다. 특히 전국단위 자사고나 특목고의 경우 전국의 학생들이 집을 떠나 기숙사에서 장기간 생활하게 되므로 물리적으로 외부와 크게 단절된다고 볼 수 있다. 후술하겠지만 소위 ‘명문’ 고등학교의 경우 기숙사에서 엄격한 학생관리를 통해 우수한 입시 실적을 매해 배출한다. 실제로 2015년도 서울대 진학 상위 30개 고교 중 18곳이 기숙학교이다.[7] 학부모와 학생도 이를 노리고 입학한 경우가 대다수이지만 학생이 강압적인 기숙사 생활에서 보호자와 단절된 채 고립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학생은 부모님을 걱정시키지 않기 위해 고통을 혼자 품다 정신적인 피해로 이어지기도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인권 침해 문제들이 발생하는지 사례와 함께 짚어보자.

 

 기숙사의 가장 만연한 인권 침해는 행동 규제로부터 비롯된다. 기숙사의 가장 큰 규제 명목은 면학분위기 조성이다. 고등학교에서 기숙사를 두는 데 있어 기대효과는 학생들의 공부 효율 증대라고 할 수 있다. 집에 있을 때보다 기숙사에서 정해진 일과시간에 따라 규칙적으로 자습을 하면 공부량이 늘 뿐만 아니라 적절한 휴식과 함께 높은 효율의 학습을 취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이다. 학부모가 자식을 기숙형 고등학교에 입학시키고자 하는 이유에도 이 점이 크게 작용한다.[8] 더 나아가 각 고등학교에서 지향하는 인재상에 맞게 학교 분위기를 조성하여 학생들로 하여금 24시간을 학교에서 지내며 더욱 깊숙이 학교와 어우러지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결국 이러한 기대들은 학생들의 자유를 보장하기보다 갖가지 규제로써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대입에 특화된 몇몇 특수목적고등학교(이하 특목고)나 자율형사립고등학교의 경우 학교의 위상이 당해 대입 실적과 직결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그 실적을 유지하기 위해 학생들 관리에 매해 열을 올릴 것이다. 무엇보다, 학부모의 입장에서 자식의 상위 대학 진학에 뜻을 품고 진학을 시켰기 때문에 학교는 학생들 관리에 소홀할 수 없다. 이러한 이유에서 기숙사 생활 일과에는 많은 규제가 생긴다.

 

 가장 대표적이고 보편적인 규제로 일과 후 강제 자율학습 제도가 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2015년도 기준 영재교를 제외한 서울대 진학률 상위 8개교(이하 A그룹 8개교) 모두가 3시간 이상의 자율학습을 의무화하고 있다.[9] 영재학교의 경우도 실제 재학생 친구들의 증언에 따르면 2018년까지 모두 의무 자율학습을 운영중이다. 정규 학교 수업시간이 끝나고 저녁시간 이후 7시~11시의 시간대에 학생들은 자습실에서 자습해야 하는 의무가 생긴다. 본인이 졸업한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이하 세과예영)의 경우 자습실 입실, 퇴실시간을 어길 경우 벌점을 부과하며 자습 외적인 활동을 하려면 정당한 사유와 번거로운 신청 절차를 거쳐야 한다. 공식적으로 ‘자율학습’이라고 일과 시간표에 표기되어 있지만 사실은 ‘강제자습’이 더 적절한 표현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모 과학고등학교가 기숙사 입사 조건으로 ‘자율학습 동의서’를 제출하도록 한 사례가 자율학습 강제에 의한 자기결정권 침해에 해당하며 규정 개정을 권고한 바 있다.[10]

 

 ‘자율’의 정의는 사전적으로 ‘남으로부터 지배, 구속받지 않고 자기의 행동을 자기가 절제하는 일’을 나타낸다. 즉, 자신이 직접 규율을 정해 스스로 지켜나가는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자율’이라 볼 수 있다. 오늘날 ‘자율’은 완전한 ‘자유’와 혼용되기도 한다. 자유는 구속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행동에 그 어떤 제약이나 책임이 없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자율학습’이란 ‘자유학습’과 구분된다. 온전한 자율학습은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할 동기가 부여되고 자율적으로 공부할 때 이루어진다. 그러나, 하루 동안 7시부터 4시간 동안 배정된 강제적인 자습시간은 어떤 이유로도 ‘자율’이란 수식어가 붙을 수 없다. 일과 시간표에 표기된 ‘자율학습’의 ‘자율’은 ‘남으로부터 지배받지 아니한’의 의미가 결여되어있다. 결국 ‘자율’은 그 자유로움의 정도에 따라 의미가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기숙학교의 ‘자율’을 재정의 하자면, ‘기본적인 학교의 통제 내에서 학습적인 범위 내의 자유’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 2편에서 계속

 

 

[1] 전민희, <인헌고 학생 20교사에게 너 일베야?’ 말 들었다수능 이후 추가조사>, 중앙일보, 2019.11.01.,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25&aid=0002949619>, 2019.12.15.

 

인헌고 학생 20명 “교사에게 ‘너 일베야?’ 말 들었다”…수능 이후 추가조사

최근 정치편향 교육으로 논란이 된 서울 관악구 인헌고 학생 20명이 “선생님에게 ‘너 일베야?’라는 말을 들었다”고 답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베’는 극우 성향 사이트 ‘일간베스트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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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정성인, <학교 운동부 합숙소 인권 침해 사각지대>, 경남도민일보, 2019.10.24., <http://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711049>, 2019.12.15.

[3] 국가인원위원회 편, <11-12 인권상담사례모음집>, 국가인원위원회, 2012, p.100.

[4] 이경원, <기숙형고교 학생인권 사각지대>, 서울신물, 2008.09.25.,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080925011009>, 2019.12.15.

[5] 교육통계연구센터 편, <2018 교육 통계 연보>, 교육부, 2019. p.21.

[6] Loc. cit.

[7] 전민희, <[커버 스토리] 기숙사 학교의 비밀>, 중앙일보, 2015.10.14., <https://news.joins.com/article/18852462>, 2019.12.15.

[8] 유주영, <수능 톱100 가운데 71개 기숙사학교보딩스쿨시대개막>, 베리타스 알파, 2013.04.02., <http://www.veritas-a.com/news/articleView.html?idxno=16110>, 2019.12.15.

[9] 전민희, op. cit.

[10] 국가인권위원회 편, <9-10 인권상담사례집>, 국가인권위원회, 2010,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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