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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입대 전 날 드는 생각들

evera_fter 2021. 4. 12. 00:46

 인생에서, 아니 전 세계를 둘러봐도 군 복무는 흔히 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니다. 그럼에도 대한민국 남성의 대부분은 이를 경험한다. 그것도 강제 징집이다.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데 마지막으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 내가 군 입대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대한민국은 휴전, 분단국가이다. '주적(主敵)'이 휴전선을 맞닿고 바로 붙어있는 입장에서 국방에 소홀히 할 수 없는 노릇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 중에 '강한 국방력이 뒷받침 되어야 외교에서 말에 힘이 실린다'는 언급이 있다. 어쩔 수 없는 정설이다. 국방에 소홀하다면 되려 나라가 전쟁의 위기에 처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60만 장병의 2년을 바쳐 매년 전쟁을 미루고 있는 것이다. 나는 전쟁을 하지 않는 값으로 인생의 2년이면 '거저'라고 생각한다. 전쟁을 하지 않는 다는 보장은 없지만 실제로 53만 상비군과 270만 예비군의 국력이 가지는 힘은 상당하다. 

 

 - 20대 남성은 왜 화가 나는가?

 대한민국 남성은 예외 없이 모두 국방의 의무 중 병역의 의무를 진다. 여성은 병역의 의무를 지지 않는다. 내 할아버지, 아버지, 삼촌, 이모부, 사촌형 모두 군대 다녀왔다. 때문에 군 입대라는 것은 너무 익숙한 것이 되어버렸고 '남자라면 한번쯤 가야하는 곳' 정도의 인식이 생겨버렸다. 군대를 다녀왔다고 생색을 내기가 뭐한 상황이 된 것이다. 오죽하면 여자들이 듣기 싫어하는 이야기 top 3엔 항상 군대이야기가 껴있다. 그러나 군 인식 문제의 핵심은 따로 있다. '실질적으로' 군 생활동안 국군 장병들이 받는 대우가 '매우' 안좋았다는 것이다. 썩은 위계질서, 열악한 생활환경, 부실한 배식, 노후한 훈련 장비 등 인간이 지내기에 그만큼 힘든곳도 없을 것이다. 몇 번의 총기사고가 있고 난 뒤에야 본격적으로 개선이 시작되어 일과 후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한 것은 최근 이야기이다. 때문에 그동안 '군대' 자체에 대한 인식이 바닥을 기다못해 나락을 가있었고, 이러한 인식은 군 입대자, 전역자에게 까지 영향을 미쳤다. 멋들어지고 체계가 잡힌 최신식 부대에 속한 군인에게 안 좋은 인식이 생길까? 군대가 그 모양이니 장병에 대한 인식까지 덩달아 낮추어진 것이다.  

 미국에서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병사(soldier)에 대한 respect가 전국민의 인식에 깔려있다. 지하철에서 자리를 비켜주고, 길거리에서도 고맙다고 인사를 건넨다. 반면 우리나라는 오히려 병사들을 국가의 노예쯤으로 여기는 인식이 더 크다. 무엇보다, 군필자를 위한 보상정책이 충분히 존재하지 않는다. 누가 CGV 몇 천원 할인받으려고 2년을 바치는가. 군가산점제가 폐지되고, 되려 일부 20대 여성들에게 군대를 가는 것 자체가 특혜라고 지적받는 현실이다. '남성'만이 '추가'로 지는 국방의 의무에 대해서는 '별도'로 '보상'을 하는 것이 '공평'하다. 이 논의에서 '역차별' 등의 키워드가 등장할 여지는 전혀 없다고 본다. 속히 적절한 보상안을 국가에서 마련해주고, 국민적인 인식또한 다시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 입대를 위로, 응원해준 가족, 친척, 이웃, 친구, 선, 후배들의 존재

 입대일이 다가오니 일명 '군바(군대바이)'라는 친구들과의 밥약속, 술자리가 많이 생겼다. 평소 잘 연락하지 못하던 친구와도 오랜만에 만나 얘기를 나누고 즐거운 시간을 많이 보냈다. 직접 만나지 못하더라도 잘 다녀오라는 연락을 정말 많이 받았다. 친척들도 차례대로 전화가 와 인사를 건냈다. 조부모님, 이모들, 이모부, 사촌 형들, 고모 까지. 현충원에 계신 외할아버지께도 찾아가 인사드렸다. 어릴적 친하게 지낸 친구 어머님들과 전 과외생 어머님도 연락주셨다. 나를 이렇게 걱정해주고 생각해주는 사람이 참 많다는 걸 느꼈다. 내가 행하고 준 것들에 비해 너무 과한 관심이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후회되는 나날들

 군 입대가 인생의 큰 기점이다 보니 이전까지 내 인생을 되돌아보게 되는데 근 2년간의 내 삶이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점도 아쉽고, 더 많은 활동을 경험하지 않은 점도 아쉽다. 그래도 종합적으로 겨우 합격점은 넘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100% 만족하는 삶은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선택을 하던 아쉬움이 남을 것이다. 다만 그 아쉬움을 동력삼아 남은 앞날을 어떻게 그려나가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요컨데, 군 18개월의 시간을 요긴하게 사용하지 않으면 일생의 후회로 남을 것이다. 부디 후회없는 군생활이 되기를 바라본다. 

 

 - 그래서 지금 내 기분은?

 불안하지 않고 평온하다. 이따 침대에 누우면 온갖 불안감이 덮쳐 올지도 모를 노릇이지만. 다시 말하지만 내 친구들, 가족, 지인들의 덕분이다. 어떤 불합리와 예외상황이 내게 다가오더라도 받아들일 각오가 되어있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이 있다. 쳐맞기 전까지는. 

 

 군대에서도 여유가 된다면 간간히 블로그에 글을 남길 생각이다. '블로거'의 입장에서 군대는 글 '소스'가 넘쳐나는 흥미로운 곳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그럼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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