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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가 말하는 '물리적 사고'에 대해 본문
*이 글은 www.youtube.com/watch?v=RKDLx6ksnWs 본 영상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아마 현 지구상에서 '가장 대단한 사람'을 뽑으라 한다면 반드시 언급되는 사람이 일론 머스크일 것이다. 20대에 paypal을 설립해 억만장자가 되고 현재 space X, tesla의 CEO로서 누구보다 앞선 비전과 시야를 가진 일론 머스크는 과연 어떤 사고방식을 가졌을까. 이에 대한 인터뷰를 담은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인터뷰 영상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약간의 나의 주관을 입히면)
당신은 어떤 방식으로 사고하기에 이런 대단한 일들을 할 수 있는겁니까?
- "저는 어떤 문제를 대할 때 '물리적인 접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기존에 존재하던 직관을 통한 유추가 아닌 본질적인 근원에서부터 논리를 쌓아간다는 것입니다. 가령 배터리팩이 비싸다는 문제를 직면했다고 합시다. 보통의 사람은 '이전에도 배터리팩은 비쌌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라는 결론에 쉽게 이릅니다. 하지만, 배터리의 구성성분, 작동원리, 사용 기술 등을 하나하나 해부하여 살펴보고 개선의 여지를 찾는 것이 새로운 정답을 찾는 방법이 된다는 것입니다. 기존의 논리를 차용하는 것이 아닌, 문제를 기본 요소로 모두 분해한 뒤 차곡차곡 논리를 쌓아가는 것이죠."
이러한 사고방식이 '물리'와 어떤 관련이 있나요?
- "물리학은 기존의 직관에 위배되는 사실을 모두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천동설이 맞지 않자 지동설을 만들었고, 뉴턴역학이 맞지 않자 양자역학을 만든 것 처럼요. 이런 새로운 이론을 만들기 위해서는 아주 본질적인 기저요소부터 논리를 쌓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기존의 직관이나 관례, 인식을 모두 벗어던진 채로요."
물론 위의 대화는 내 주관적인 해석이 다소 포함된 요약본이다. 일론 머스크는 물리학을 전공했다. 본인은 물리학을 전공하진 않았으나 적어도 조금은 '물리'를 공부하거나 연구하는 데 있어 가지는 태도를 이해하고 있다. 물리학은 그 어떤 학문보다 직관에 의존하게 되는 학문이다. 물론 오늘날 수많은 첨단 실험이 수행되고 여기서 생상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역시 물리학의 꽃은 '상상'으로 이론을 펼쳐내는 영역, 이론 물리학이다. 100% 상상으로 이론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수많은 실험 데이터를 해석하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가설을 설정하는 것은 인간의 직관의 몫이다. 모두가 무지하던 시절, 아이작 뉴턴은 케플러의 천체 관측 자료와 직관만으로 '만유인력'의 존재를 꿰뚫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중력파'의 존재를, 스티븐 호킹은 '블랙홀'의 존재를 예측했다. 오늘날 전해 내려오는 천재들의 위대한 아이디어들은 모두 그들의 뛰어난 직관으로부터 나온 것들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직관'은 물리학에 있어 양날의 검이다. 한편으론 아주 쉽게 문제의 해법을 가져다 주기도 하지만, 자칫 오류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한다. 물리학은 이 직관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때론 가차없이 배제하는 것으로 부터 발전해왔다. '양자역학'은 기존 '뉴턴역학'의 모든 틀을 부정하는 것으로 부터 시작한다. 그 아인슈타인조차 '양자역학'을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며 부정했다. 한때 '태양은 지구 주위를 돈다', '지구는 평평하다'의 명제가 참으로 여겨졌었다. 인간이 발을 딛고 있는 지구가 중심인 것이 당연했으며, 우리 눈에 평평한 지구가 평평한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물리학 문제를 풀다보면 기존의 직관과는 굉장히 상이한 결과를 접할때가 많다. 마술과도 같은 신기한 물리현상 또한 많다. 한번은 고등학교 시절 '낙하하는 사다리'에 대해 연구한 적이 있었다. 기존의 일자 사다리가 아닌 각도를 가진 사다리를 낙하시켰을때, 중력 가속도보다 더 빠른 가속도로 낙하하는 현상에 대한 연구였다. 이 현상을 규명하기 위해 사다리가 낙하하는 영상을 수백번 돌려보고, 머릿속으로 수도 없이 사고실험했었다. 이 문제에 제대로 접근하기 위해서 기존의 직관을 모두 버리고 '무(無)'에서 부터 하나하나 가설을 쌓아올려갈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하니 온전히 나만의 논리와 이론이 생겼다. 전에 느껴본적 없는 감각이었다. 나는 이 경험이 일론머스크가 말하는 '물리적 사고'와 맞닿아있다고 생각한다.
일론 머스크는 '문제의 기저요소로의 분해를 통한 본질파악'을 강조했으나, 나는 물리학에서의 '직관'의 효용의 양면성에 대해 주목하고 싶다. 어떤 문제를 기저요소로 분해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직관이나 논리로 부터 벗어날 필요가 있다. 완전한 백지의 상태에서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기저요소와 도달해야 할 목표 사이의 갭을 매꾸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직관을 다시 동원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한번 '백지'상태로 되돌아 가는 것이다. 기존의 것에 얹는 것과 처음부터 쌓는 것은 차이가 있다. 기존의 것에 얹을 땐 직관이 그닥 필요치 않다. 그러나 백지부터 시작할땐 수많은 직관과 고민, 사고실험이 필요하다. 때문에 새로울 수 있고, 더 발전한 사고가 가능하다. 직관을 완전히 한번 배제하는 것으로부터 새로운 직관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누군가 '수학'이나 '물리'따위를 배워서 삶에 무슨 이득이 있냐고 농담처럼 얘기하곤 한다. 물론 '지식'이 주는 '시야'도 있겠으나, 나는 수학, 물리 등의 학문을 대하는 자세로부터 올바른 삶의 태도를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예로, 물리학은 하늘 한번 날아보지 못한 인간이, 이 드넓은 우주를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또, 굳게 믿고 있었던 진리가 거짓일 수 있으며, 타인의 의견을 수용하여 더 나은 진리를 찾아나아가야 함을 일깨워준다. 이러한 것들을 무시한 채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게 해주는 도구 쯤으로 학문을 여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관련해 이어나갈 이야기가 많으나, 추후 다룰 주제에서 이어나가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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