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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후기

2번의 해커톤 참여 후기 (2)

evera_fter 2021. 2. 8. 04:42

 두 번째로 참여한 해커톤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한 '오픈소스 기반 창업모델 발굴 해커톤(OTHON)'이다. 규모가 커 보이진 않았으나 뉴스 빅데이터 해커톤과는 다르게 이틀간 오프라인에서 해커톤을 진행하며 멘토의 멘토링도 일정에 포함되어 있음에 주목했다. 뉴스 빅데이터 해커톤으로 팀의 개발 역량은 확인할 수 있었으나 아직 창업모델을 전문적으로 구체화하는 역량이 부족했다고 느꼈다. 때문에 멘토링 과정이 포함된 이 해커톤에 참여키로 결정했다. 

 

 문제는 해커톤 주제에 있었다. '오픈소스를 활용한 코로나시국과 관련된 창업모델 구상'이 과제였다. '오픈소스 활용'은 문제 될 것이 없었으나 '코로나'의 키워드가 매우 골치 아팠다. 이미 코로나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서비스(코로나 현황 알림 등)는 쏟아져 나오고 있었으므로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오기 힘들었다. 때문에 조금 더 확대하여 코로나로 인해 급부상한 '비대면'의 키워드에 집중하기로 했다. 비대면 시대에 새롭게 재조명되는 서비스나 기술들에 대해 조사했는데, 가장 큰 것은 당연 '화상회의 솔루션' 분야였다. 우리는 기존의 화상회의 솔루션을 보다 개선시킬 아이디어를 찾고자 했다. 그러나 기존 서비스에 이렇다 할 큰 개선점을 보이지 않았고, 있다고 한들 '창업모델'의 규모로 이어지기는 힘든 아이디어였다.

 

 고민을 거듭하던 와중 한가지 돌파구가 된 것은 '입체 음향'의 키워드였다. 기존 화상회의 솔루션은 각 사용자의 오디오를 평면적으로 전달한다. 대면 상황에서는 사용자의 위상과 거리에 따라 말소리가 달라지므로 사용자의 구분이 용이했다. 그러나, 비대면 상황에서는 오디오가 전부 동일한 위상을 가지므로 오디오가 겹쳤을 때 말소리를 구분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오디오의 가상의 위치를 설정하여 오디오에 입체음향 효과를 인위적으로 입힌다면 보다 오디오를 효과적으로 구분하여 의사소통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꽤나 획기적인 아이디어라 생각되어 생각의 줄기를 이어나갔다. 

 

 그러다 어떤 영감이 내 머릿속을 스쳐갔다. 바로 '시각, 청각 장애인을 위한 화상회의 솔루션'이었다. 기존 화상회의 솔루션은 비장애인이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전환될 때의 상황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시각, 청각 장애인은 고려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더욱 불편한 점이 많았다. 아니나 다를까 관련 주제를 다룬 칼럼이 많았고, 이렇다 할 해결 아이디어도 없었다. 청각 장애인들은 자동 자막 생성 소프트웨어를 따로 설치하여 연동하여 사용 중이되 오류가 많고 불편함이 있었으며, 시각 장애인들은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 자체부터 불편함이 있었다. 그리고 입모양이 분명히 드러나지 않는 문제점이 있었다. 

 

 내가 파악한 본질은 이것이였다. '대면 상황과 달리 비대면 상황에서는 모든 의사 정보가 '네트워크'를 거쳐 전달되기 때문에 장애인에 최적화된 의사 정보로 충분히 변환되어 전달될 여지가 있다'. 가장 간단한 형태는 '소리'->'문자', 혹은 '문자'->'소리'의 변환이다. 이 아이디어에 필요한 기술은 명확했다: 'STT(speech to Text)'와 'TTS(Text to speech)'. 그리고 여기서 '입체 음향'의 아이디어까지 녹여냈다. 시각 장애인의 경우 청각이 모든 정보를 수용해야 하기에 더 민감하게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다. 때문에 타 사용자의 음성을 입체음향을 이용해 구분 지어 전달해준다면 음원 지를 구분해내는 효과는 시각 장애인에게 더욱 극대화되어 나타날 것이다. 시각 장애인은 말소리를 쉽게 구분하고 사용자와 대응시킬 수 있어 용이해지는 것이다. 

 

 마침내 돌파구를 찾은 우리는 서류를 작성했고 무리없이 예선을 통과할 수 있었다. 본선은 이틀로 구성됐고, 이틀 중 하루는 멘토와 함께 창업 모델을 구체화하고, 이튿날 발표 심사를 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아이디어의 큰 틀은 이미 확정됐으므로, 구체적인 사업 모델을 만들면 되는 것이었다. 멘토는 스타트업이 투자자들에게 피칭하는 방법을 알려주었고, 사업을 모델링하는 원칙을 몇 가지 알려주었다. 사업을 모델링하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까다로웠다. 실제 창업을 가정하고 서비스를 구상해야 했기에 제약조건이 많았다. 세 명이 머리를 싸매고 하루 종일 토론했다. 매우 피곤한 하루였다. 

 

 그래도 어찌저찌 발표자료를 완성하여 발표날이 되었다. 타 팀이 발표를 하는 동안 화상 회의를 통해 발표를 관람할 수 있었다. 10개 팀이 가지각색의 아이디어를 들고 나왔는데, 정말 발표 내용이 제각 기였다. 어떤 팀은 이미 실제 창업 궤도에 올라 서비스를 런칭하기 직전 단계의 사업 모델을 그대로 대회에 가져왔고, 어떤 팀은 예선을 어떻게 통과했는지 궁금할 정도로 급조된 듯한 아이디어를 들고 나왔다. 실제 창업 모델을 대회에 가져온 팀의 발표 내용은 매우 구체적이었으며, 내용도 매우 많았다. 반면 우리 팀은 최소한의 아이디어와 서비스 계획, 사업 모델 만으로 승부를 보아야 했다. 

 

 우리가 제시한 아이디어는 일종의 도박이었다. '장애인을 위한 화상회의 솔루션'을 기반으로 한 사업모델 자체는 잠재성이 크지 않다. 사업모델도 무난한 수준이며 큰 수익구조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에 소외된 '소수자'들을 제대로 겨냥했다는 점, '오픈소스 활용', '코로나'의 대회 주제를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기대한 것이었다. 발표 직전까지 나는 계속 불안했다. 그러나 발표를 마쳤을 때 심사위원의 반응은 다행히 매우 긍정적이었다. 우리의 아이디어를 좋게 평가했고, 추가적인 질문을 하지 않고 질의응답이 끝났다. 우리는 어리둥절했다. '너무 아이디어가 뻔해서 질문할 거리가 없는 것 아니냐'라고 우리끼리 수군거렸다. 

 

 마침내 발표가 모두 끝나고 참가자들이 한 곳에 모여 결과 발표를 기다리게 되었다. 우리와 비등하거나 더 잘했다고 생각되는 팀이 3~4팀 있었기에 결과는 확신할 수 없었다. 심사위원 대표가 나와 먼저 대회 총평을 했는데 인상깊은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다고 하면서 우리의 아이디어를 언급하였다. 감이 괜찮았다. 적어도 우리의 '도박'이 의미 없지 않겠거니 생각했다. 차례차례 수상팀이 발표되었고, 2등 팀이 발표되었을 때 우리 팀 이름이 끝까지 불리지 않자 나는 직감했다. 1등을 한 것이다.

 

 설마했으나 심사위원이 이렇게까지 아이디어의 의도를 고평가 해줬으리라 생각지 못했다. 수상 후 다른 팀 참가자들이 말을 걸어오더니, 우리의 발표를 들었을 때 '이건 못 이기겠다'라고 체념했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우리 팀이 우리의 아이디어에 대해 제일 비판적이고 깐깐한 태도를 가졌기에 만족할 만한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집요하게 다듬을 수 있었지 않았나 싶다. 

 

 마침 이 날 대회를 마친 후 첫번째 해커톤 상금으로 뒤풀이가 예정돼 있었다. 1등을 한 덕에 더 넉넉하게 뒤풀이를 할 수 있었다. 첫 번째 대회 최우수상(2위) 상금 2백만, 두 번째 대회 최우수상(1위) 상금 2백만, 합 4백만을 3명이 나눠 가졌다. 9월 말에 팀을 결성한 지 2달 만에 달성한 성과였다. 

 

 힘든 일정속에서 두 해커톤을 성공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 보람이 컸던 것 같다. 무엇보다, 지난 1년간 개발을 공부해오면서 넓어진 식견이 이번 해커톤에 결정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믿음직한 팀원들과의 성공적인 팀워크는 말할 것 도 없었다. 이미 세 명 다 서로가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고, 더 나은 해법을 찾아내는 방법을 알고 있기에 모든 과정이 수월했던 것 같다. trade off로 학교 공부에는 조금 소홀히 하게 되어 학점이 저조한 점은 아쉬우나, 후회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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