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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군장병 공개SW 온라인 해커톤] 참가 후기 - "본선(기획)" 편 본문

각종 후기

[2021 군장병 공개SW 온라인 해커톤] 참가 후기 - "본선(기획)" 편

evera_fter 2021. 10. 24. 15:17

이전 글 : https://everafter12.tistory.com/27


 해커톤의 묘미는 뭐니뭐니 해도 아이템 선정(주제 탐색)이다. OSAM 온라인 해커톤의 대주제는 "병영생활 및 국방에서 활용 가능한 모바일 앱, 웹 서비스 등" 이다. 이 또한 본 해커톤의 재밌는 특징 중 하나인데, 주제가 곧 참가자 군장병들 본인들의 상황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단 것이다. 어디선가 "개발이란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본 해커톤이 무엇보다 그 말에 가까이 닿아있다고 생각한다. 

 

 본선의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팀 매칭 기간이 주어졌는데, 자신의 개발 계획서를 메인으로 팀을 꾸리기를 희망하는 인원이 팀원 모집 공고를 올리는 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내가 속한 팀은 이미 매칭이 완료되었기에 주제만 확정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매일 디스코드 회의가 시작되었고 브레인 스토밍이 이루어졌다. 나는 이렇다 할 뾰족할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회의 내내 경청 및 리액션 포지션을 맡았다. 4명 중 2명이 AI 스택이었기에 아이템 내용도 AI를 어떻게 적용할 지에 대한 화두가 늘 제시되었다. 난 AI 기술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는 있었지만 실제 개발을 위한 Dataset 확보, Training stack 선택 등의 디테일한 논의에서는 늘 할말을 잃었다. 특히 날 섭외했던 팀장은 필요한 AI 논문도 바로 찾아와 직접 읽고 구현 가능성에 대한 논의까지 진행하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다른 AI 스택의 한 분(이하 P씨)도 날카로운 고찰을 많이 보여주었고, Web스택의 C씨 또한 뛰어난 개발 실력을 토대로 매우 유익한 논의를 자주 이끌어갔다. 나빼고 다 멋있는 사람들이었다. 의기소침해 하던 찰나, 이 사람들과 함께하며 더욱 성장할 기회를 갖게 되었음에 기뻐하고자 했다. 

 

 많은 회의 시간에 비해 주제 탐색은 조금 더뎠다. 회의 환경이 좋지 않은 점도 있었고(각자의 근무 스케쥴이 달라 자주 열외가 발생했고, 막사 내 조용히 통화가 가능한 곳이 잘 없었다), 이야기가 자주 삼천포로 빠졌다. 물론 그런 와중에 앗 하는 아이디어가 잡히기 마련이지만, 이 경우엔 그렇지 않았다. 지금 느끼는 아쉬운 점은 너무 산발적으로 아이디어를 흩뿌리고 논의를 전개하기 보다, 같은 논의가 반복되지 않도록 각 아이디어의 제한점과 확장성을 명확히 짚어놔야 했다는 것이다. 우리 팀의 경우 '사무행정'과 관련된 아이디어가 많이 제시되었는데, 개별 아이디어의 경우 하나의 주제로 삼기에는 규모가 작고, 그렇다고 '통합 업무 툴'을 표방한 아이템을 개발하기엔 스케일이 너무 커져서 애매했다. 

실제로 제시된 아이디어 분류

 내가 가장 유망하다고 본 아이디어는 '당군마켓'이었다. '군 막사 내에서 장병들간 물물거래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플랫폼'이란 아이디어였는데, 우선 '군'이란 특성에 최적화가 가능하단 점, 최적화를 하며 기획자의 역량에 따라 서비스의 특색이 갖춰질 수 있다는 점이 좋아보였다. 두 번째로 눈여겨 본 아이디어는 '장병 취창업 hub'였다. '군 생활기록부'란 아이템으로 부터 확장된 아이디어였는데, 군 생활을 마치 생활기록부 처럼 기록하고, 이를 취업에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를 주장했다. 아이디어 자체가 참신하고, 조금 더 틈을 잘 파고들면 블루오션이란 확신이 들었다. 팀원들은 두 번째 아이디어에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그렇게 아이템이 확정되었다. 

 

 아이템이 확정되었지만 구체적인 스토리보드와 와이어프레임을 짜는 것 또한 넘어야 할 또다른 산이었다. 각자 파트를 나누어 스토리보드를 작성했고, 필요에 따라 figma에 프로토타입도 각자 만들어 공유했다. 이 부분에서 난항을 많이 겪었는데, 이유인즉 이 아이템에 대해 각자가 가진 구체적인 image가 조금씩 상이했던 것이다. 큰 틀은 모두 공유하고 있었으나, 거기서 조금만 더 나아가 세부 기능 명세를 확정짓는 부분에서 부자연스러움이 있었다. 때문에 나는 조금 더 명확히 모두가 가진 이미지를 통일시키는 것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다. 그러던 찰나 엎친데 덮친 격으로 큰 이슈가 더 발생했는데, 우리 팀의 해커톤 분야가 AI로 지정된 것이다. 우리 팀은 팀이 매칭된 후 주제를 아예 새로이 탐색했는데, 본래 주제는 팀장의 기존 개발 계획서로 확정된다. 때문에 팀장의 기존 아이디어가 AI분과였기에, 어쩔 수 없이 AI분과에 소속된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 아이디어에 급하게 AI를 녹여낼 방안을 탐색하게 되었다. 원래 간단한 AI기술을 접목시키려는 논의는 많았으나, AI 분과인 만큼 핵심적인 AI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 문제였다. 

 

 서비스의 큰 틀은 링크드인과 같은 SNS를 표방하고자 했다. 사용자가 마이페이지에 군 기록을 등록하고, 관련 SNS활동을 하면 축적된 사용자 데이터에 따라 관련 취창업 컨텐츠를 제공하고, 유사한 특성의 사용자 끼리 connection을 유도하여 군 경험을 살린 취업 준비 경험을 공유케 하는 것이 본래 계획이었다. 이때 축적된 사용자 데이터를 가공하여 특성을 추출 하는 것과 그에 따른 추천 알고리즘을 AI로 구성하려 했으나, 그 구현 난이도가 가볍고 기존 api를 거의 그대로 사용하게 될 것을 우려해 더 큰 기능을 고안키로 했다. 그러나 억지로 AI 기능을 구현하려 하니 기존 서비스 로직이 unbalance해지고, 컨셉이 왜곡되었다. 컨셉이 왜곡되니 기존 기능들이 실효성과 설득력을 잃고 상황이 난처해졌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제로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소비되었다. 결국 임시방편으로 결정된 해결책은 내가 제시한 '자소서 자동 생성'기능이다. 사용자가 축적한 '군 생활기록'을 어떻게 취업에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방편으로 취업 자소서를 쓸 적에 AI가 추천 문장을 자동 생성해주는 기능을 구상했다. 군경험 자체는 솔직히 취업에 아주 큰 스펙이 되거나 영향을 주기 어렵다. 특히 일반 장병의 경우 간부에 비교하면 복무 기간이 짧기 때문에 군 경력이 인정되는 경우가 흔치 않다. 따라서 오히려 이 경험들이 취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결점은 바로 자소서에 이 경험을 역량을 어필하는 소재로서 녹여내는 것이라 생각했다. 

 

 또 한가지 큰 논의가 있었는데, 본 서비스가 초기 SNS 형태를 갖춘다고 기획했는데 '자소서 생성'이라는 굉장히 individual한 기능을 삽입함에 따라 user간 connection을 유도하는 것에 대한 의의가 희미해진 것이다. 이부분에서 서비스의 방향이 크게 수정되었는데, '취업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군 생활을 기록하게끔 도와주는 서비스' 라는 정체성에서 '군 경험을 살려 취업한 경험을 공유하는 서비스'의 정체성을 추가하게 되었다. 그에 따라 'pool'이라는 서비스 명과 '풀'이라는 기능 또한 새로 구상되었다. '풀'이라는 것은 페이스북 그룹과 같은 기능으로, 유사한 취업 목적으로 가진 장병들끼리 '풀'을 이루어 경험을 공유한다는 컨셉이다. 여기까지 도달했을때, 어느새 남은 개발 기간은 한달 안으로 접어들었다. 

 

 서둘러 와이어프레임을 구성하고 프로토타입을 제작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러나 내게 아주 큰 애로사항이 있었는데, 바로 9월 8일경 신병위로휴가를 출발한 것이다. 16일에 복귀하여 30일까지 예방적 격리기간을 가졌는데, 이 기간동안 컴퓨터를 사용하지 못해 개발, 프로토타입 제작에 참여할 수 가 없었다. 격리기간동안 난 나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섰다.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작함에 따라 수많은 더미 데이터가 필요했다. 특성이 잘 드러나는 장병 대상 취업 공고를 조사하고, 사용자 페르소나를 사례를 검색해가며 작성했다. 그리고 공책에 와이어프레임을 그려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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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육군취업지원센터 게시글을 참고해 정리한 더미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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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격리가 끝나면 남은 기간이 20일 남짓이었기에 바로 개발에 착수할 수 있게끔 준비를 해뒀었다. 그리고 팀에서는 슬슬 개발과 관련된 논의가 진행되었다. 각자가 가진 기술스택을 종합하여 최고의 효율을 낼 수 있는 스택을 정해야 했다. 가장 핵심 개발 인력인 C씨가 Vue.js에 깊은 이해가 있었고, 나머지 두 분또한 뷰를 사용한 웹 개발 경험이 있었다. 본인은 React.js를 주로 사용해 왔으나 Vue.js가 리액트에 비하면 러닝커브가 작고, 이미 팀 합류 이전에 Vue.js 사용을 염두에 두고 학습을 진행해왔기에 이견없이 FE는 Vue.js를 선택했다. 문제는 BE였는데, 유의미한 BE 개발경험자가 나와 C씨 뿐이었다. 그러나 C씨는 FE에 무엇보다 많은 투자가 예상되었고, 남은 두명은 AI에 무게를 두므로 BE를 결국 내가 담당하는 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갔다. 내가 Backend라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9월 30일, 백엔드 담당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떠안은 채 격리실에서 나와 복귀하게 되는데... 과연 그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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