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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의 해커톤 참여 후기 (1) 본문
2020년 9월, 아직 개발 풋내기이지만 내가 원하는 사이트와 앱은 어설프게나마 만들어 낼 수 있는 실력을 갖췄다고 판단했다. 이미 웹사이트 제작 외주는 진행 중에 있으므로,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새로운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던 것은 과 동문이셨던 '콴다(QUANDA)' 대표의 비대면 강연이었다. 교내 스타트업 창업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창업 경험을 공유해주셨다. 그중 절반 정도는 이미 경험을 통해 공감이 가는 이야기였고, 절반은 아예 새로운 이야기였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경험이 없는 예비창업자에게 권장하는 일'로 '팀을 꾸려 사소한 문제부터 해결해 나가는 것'을 제시한 내용이다. 이 중 두 가지 핵심이 있는데, 하나는 '팀을 꾸리는 것'이고 두 번째는 '문제 해결'이다. 스타트업이란 것은 결국 사회에 만연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핵심이 있다. 때문에 '문제 해결'의 경험을 강조한 것이다. 더불어 팀의 구성원도 강조했는데, '좋은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실패를 거듭하며 앞으로 같이 나아갈 훌륭한 팀원들의 존재도 중요하다.
강연을 듣고, 우선 팀원을 찾아 나섰다. 친구 중에 이미 스타트업에서 근무 중이며 이쪽 관련 경험이 풍부한 친구가 있었다. 중학교 동창이자, 과 동기이기도 한 친구라 가장 먼저 연락했다. 그러나 이미 2학기에 하는 여러 활동들이 많아 완전 합류는 힘들었고, 정보 공유나 시간 여유가 될때의 활동은 약속했다. 두 번째 친구는 고등학교 동창이자, 과 동기였던 친구였다. 1학년을 마치고 의과대학에 새로 입학한 터라 이런 활동을 선 듯 제안키가 어려웠다. 그러나 예과 2년간은 여유가 있다 하고, 무엇보다 이쪽 활동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흔쾌히 합류해주었다.
세 명이 서로 친했어서 서로를 잘 알기에 우선 3명 만으로 활동하기로 했다. 첫 회의에서 2학기 동안 팀이 달성할 목표를 정했는데, 첫 번째는 '창업 관련 공모전에서 수상 2회'였고 두 번째는 '소규모의 웹/앱 서비스 제작' 이었다. 공모전은 준비하기에 소모되는 비용이 많다는 우려가 있었으나 실제 서비스 개발보다 사업 계획서를 통한 아이디어 만으로 평가되는 공모전도 있었기에 그런 형식의 공모전을 참여키로 했다. 웹/앱 서비스 제작의 경우 실제 개발을 통해 서비스를 직접 런칭하는 경험을 얻기 위함이었다.
첫 번째로 참여한 공모전은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주최한 '뉴스 빅데이터 해커톤'이었다. 주제가 어렵지 않고 데이터도 어렵지 않아서 첫 참가 대회로 적절해 보였다. 과제는 '뉴스 빅데이터 api를 활용한 사업/공공 아이디어 제시'였고 프로토타입 제작 시 가산점이 있었다. 우선 프로토타입 제작을 전제로 두었고, 기존 작품들과 차별화된 아이디어를 구상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서류 접수 마감일까지 얼마 남지 않았기에 새벽까지 화상회의를 했으며, 복잡한 빅데이터 처리 알고리즘에 대해 토론하기도 했다. 사업 계획서 작성 경험이 있는 친구의 적극적인 검수를 거쳐 마감 당일 접수를 완료했다.
고등학교 시절 이런저런 대회는 많이 참여해본 경험이 있지만, 정작 상을 타본 경험은 많지 않다. 특히 팀으로 참여한 대회는 더욱 그랬다. 그럼에도 이번에 작성한 서류는 감이 좋았으며, 최선을 다했다는 느낌이 있었다. 그러나 예선 결과 발표 당일 저녁 6시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었고 그렇게 첫 탈락을 맛보는가 체념하고 있었다. 침대에 누워서 유튜브를 보며 기분을 달래던 와중 어머니가 방문을 열고 예선 결과를 여쭈어 보셨다. 난 담담히 '떨어졌다'라고 말했고 어머니는 위로를 해주셨다. 그렇게 어머니가 말씀을 이어가던 와중 휴대폰으로 다시 메일함을 새로고침 했을 때 새로운 메일이 와있음을 발견했고 예선 합격 메일임을 알았을 때 나도 모르게 '악'하고 소리를 질렀고 어머니는 깜짝 놀라시게 되었다.
본선 준비과정은 더욱 힘들었다. 개발시간이 일주일만 주어지는 데다 무엇보다 중간고사 기간이 정확히 겹쳐있었다. 그래서 빅데이터 전처리 알고리즘을 다른 친구가 먼저 개발해주고, 나는 뒤늦게 이어받아 웹사이트를 급히 개발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데이터 전처리에 시간을 들였었다.
우리의 아이디어는 '주식'과 '뉴스' 데이터를 묶는 것이었다. 두 가지 키워드가 주어질때 흔히 생각하는 것은 '뉴스 데이터로 주가를 예측하는 것'이다. 그러나 주식을 직접 해보거나, 통계를 조금이나마 공부해본 사람이라면 이는 불가능함을 알 것이다. 물론 아주 잘 짜인 알고리즘이라면 예측한다고 '주장'은 할 수 있겠으나, 공모전에서 이러한 아이디어는 무조건 공격의 대상이 됨을 예상했다. 따라서 우리는 '뉴스'라는 매체를 잘 가공하여, '사용자가 주가의 움직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서비스'를 제작키로 했다. 무슨 말이냐 하면, 뉴스 데이터를 잘 클러스터링 하여 어느 시점에 어떤 이슈가 일어났는지, 주식 종목별로 이슈들을 모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보통 주식 차트를 보면 과거의 어느 시점에 왜 오르고 하락했는지 쉽게 알지 못한다. 그러나, 이 서비스는 과거에 이 종목과 관련해 어떤 이슈가 일어났는지 뉴스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해주는 것이다. 즉, 주가 움직임의 판단은 사용자의 몫이고 본 서비스는 이를 보다 잘 '보조'해주는 역할을 맡는다.
본선 당일, 나는 말을 더듬을까 발표 연습을 거듭했다. 고등학교 시절 경험 덕분에 발표에는 자신있었으나 그것도 꽤 오래전 일이었기 때문이다. ppt로 아이디어 전반에 대해 설명하고, 남은 시간은 직접 사이트를 이용해보며 기능을 설명키로 했다. 사이트 배포까지 끝냈었기에 발표용 컴퓨터에서 직접 사이트에 접속했다. 심사위원은 스타트업 개발자, 투자자 등 전문가 4인, 협회 측 사람 1명이 보았다. 이런 피칭을 수없이 보아왔을 사람들이라 역시 질문이 날카로웠고 의도를 잘 파악하지 못해 머리가 하얘지기도 했다. 질의응답은 조금 아쉬웠지만 발표는 어느 정도 만족스러웠기에 편히 집에 갈 수 있었다.
본선 진출 10팀중 5팀이 수상권이었기에 5등 안에라도 들기를 바랐다. 결과 발표가 본선 당일 연락 오기로 예정돼 있었기에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이윽고 전화가 한통 걸려오고 놀랍게도 2위라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기껏해야 4~5위 정도로 예상했기에 2위의 성적은 쾌거였다.
좋은 성적의 근거는 2가지로 추측된다.
첫 번째, 타 데이터와의 조합을 통한 차별화된 아이디어. 작년 수상작도 그렇고 뉴스 데이터와 다른 데이터의 시너지를 이용한 아이디어가 많았고, 그렇게 했을 때 다양하고 신선한 아이디어가 많이 파생됐었다. 그렇기에 우리도 다른 하나의 데이터를 정하는데 고민을 했었다. 코로나 때문에 활성화된 주식 데이터가 안성맞춤이었다.
두 번째, 구체적인 아이디어와 프로토타입. 서류 작성때부터 아이디어를 최대한 구체화했으며 빅데이터 처리 알고리즘까지 미리 구상했었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데이터 처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프로토타입도 공을 들여 만들었다. 결국에 발표 시연 시 프로토타입 덕분에 훨씬 구체적이고 직관적으로 아이디어가 전달될 수 있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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