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쉽고 편한 공간

2023 본문

일상

2023

evera_fter 2023. 1. 1. 01:53

결국 2023년이 오고서야 글을 올리게된다. 마지막 생존신고 글을 올린 후 많은 일들이 있었다.

3번의 휴가를 더 나왔고 10월에 전역했다. 군 생활 회고글을 쓰던 것이 있었는데 한창 쓰다 도중에 그만두었다. 쓸 거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소연, 불평, 불만, 비관 등 무겁고 형편없는 글이 써지는 것을 보고 굳이 이런 걸 남겨둘 필요가 있나 싶었다. 구태여 군 생활을 더듬어가며 무언가 좋은 의미를 찾기가 궁색맞았다. 그냥 내 머릿속에서 잊혀졌으면 하는 파편이 되었다.

과외를 하나 용돈벌이 겸 구했다. 초3이라는 말을 듣고 아이가 재능이 평범하거나, 그저 범재였으면 맡지 않으려 했다. 내겐 어린 아이를 가르칠 능력이 없다. 그러나 직접 만나본 아이는 영재중에서도 눈에 띄는 재능이였다. 사회력, 언어능력, 이해력, 묘사력, 사고력 등 몸만 아이일뿐 중~고등학생을 가르치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수, 과학에 있어 내가 직접 구상한 커리큘럼으로 가르치는데 범위에 한계를 두진 않는다. 근래에는 미적분을 배워도 될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한편으론, 새로운 수학 개념을 배워나가는 재미를 너무 일찍 내가 앗아가는게 아닌가 하는, 그런 자책을 했다. 영재란, 어렵다.

교육 봉사를 시작했다. 과외를 하면 반드시 교육 봉사를 겸하는, 뭣도 아닌 신조가 있다. 전역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가까운 복지센터에 멘토링 봉사를 신청했는데 곧 연락이 와 영어를 가르칠 두 명의 중학생을 매칭시켜줬다. 한 명은 지능에 장애가 있되 신기하게 영어엔 재능이 있고, 한 명은 알파벳을 갓 뗀 수준을 가진 학생이었다. 영어는 가르쳐본 적이 없고 자신 도 없었다. 하물며 이 두 학생을 상대로는. 순간 머뭇거렸다. 나는 어떤 봉사를 기대했던 걸까. 태도를 반성하고 흔쾌히 봉사를 수락했다.
쉽지 않았다. 장애 학생은 의사소통이 어려웠다. 다른 학생은 어디서 부터 가르쳐야 할지 막막했다. 방법을 찾고, 인내하고, 희망을 가졌다. 지금은 장애 학생과 1시간 내내 수다를 떨고, 다른 학생은 간단한 문장을 어설프게나마 해석할 수 있게 됐다. 장애학생에게 영어를 접하게 하기 위해 게임, 만화 속 영어표현으로 퀴즈를 만들고, 친해지기 위해 보드게임을 했다. 두 명이 많이 웃고, 내게 많이 말을 거는 모습을 보고 학교 선생님이 신기해 하셨다. 학생들에겐 영어 수업이 필요하지 않다. 그저 공감해줄 말동무가 필요하다.
과외 학생과 이 두 학생의 모습이 많이 대조됐다. 유복한 가정, 훌륭한 가정교육, 열성넘치는 부모, 고액과외까지 갖춘 영재. 장애, 불안정한 교우관계, 불행한 가정, 무관심속의 문제아. 내가 봉사를 하지 않았더라면 이 학생들은 무엇하나 이 영재보다 더 누리지 못한다. 무료로 내가 매주 학교로 찾아가 열성을 다해 영어를 가르쳐준것. 이 행위가 이들의 '삶의 단차'를 조금이나마 줄여주었을까.

ML 스터디를 했다. 나보다 뛰어난 사람이 많아 항상 많이 배웠다. 이거라도 안했으면 정말 전역 후 놀기만 했을텐데... 물론 스터디가 끝난 지금은 놀고 있다.

짧은 연애를 했다. 내게 과분한 사람이었다.

동아리, 학회를 하나씩 지원했는데 운이 좋아 둘 다 활동하게 됐다. 로드가 매우 큰 학회라 지원을 많이 고민했었는데, 우연찮게 '순당무'란 여성 롤 유저가 프로에 도전하며 코치가 해주었던 말이 가슴에 꽂혔다. '실패는 용납되지만, 도전하지 않는 건 용납되지 않는다.' 덕분에 새해 첫날부터 바쁘게 살게 되었다.

2023년은 내 인생의 제2막이라 생각한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존 신고  (0) 2022.05.04
절대적인 행복이란  (0) 2022.01.20
군 생활 중간점검  (0) 2022.01.19
근황  (0) 2021.09.06
육훈소, 종군교에서의 2달을 마치며  (2) 2021.06.27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