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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리뷰

Netflix 7부작 드라마 '퀸즈 갬빗' 리뷰

evera_fter 2020. 11. 10. 03:07

* 스포일러가 포함돼있습니다. 

 

넷플릭스 신작 '퀸즈 갬빗' 정말 재밌게 봤다. 

정말 깊이 몰입되는 스토리가 아니면 드라마는 안보는 편이다. 일부러 안보는 것이 아니라 못 본다. 특히 국내 드라마의 경우 조금이라도 억지 같은 상황이나 연기가 연출되면 나는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여 재미를 단번에 잃는다. 때문에 이렇게 재밌게 몰입해서 본 드라마는 드물다. 

 

주인공 '하먼 엘리자베스'는 고아원에서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내게 보낸다. 그러다 지하실에서 관리인 '샤이벨'을 만나는데 샤이벨이 두고 있던 체스에 깊은 관심을 보인다. 그리고 곁눈으로 본 몇 수 만으로 체스 기물의 이동 규칙을 모두 알아내버린다. 사실 하먼은 체스에 엄청난 재능을 가진 천재였다. 며칠만에 샤이벨을 꺾고 그의 체스 클럽 동료까지 꺾는다. 

 

이후 하먼은 입양된 후 뛰어난 실력을 바탕으로 비레이팅에서 참여하는 대회마다 우승을 휩쓰는 젊은 여성으로서 세간의 주목을 받는다. 그리고 세계 챔피언인 소련의 '베르고프'를 꺾기 위한 여정을 떠나게 된다. 

 

이 작품의 특징은 '절대적인 악인'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자극적인 소재, 예를 들어 흔한 '주먹 다짐' 장면 하나 등장하지 않는다. '체스 천재'의 이미지만 제거한다면 주인공 하먼의 삶은 우리의 삶과 매우 닮아있다. 그 주변인물, 그리고 하먼에게 일어나는 일들 또한 마찬가지다. 하먼은 초능력을 쓰거나 엄청난 행운의 힘으로 상황을 타개하지 않는다. 그저 체스 책 한권을 더 읽고, 소중한 친구와 동료의 도움과 격려를 받는다. 

 

이 작품에서 하먼은 '초록 알약'과 '술' 두가지 때문에 깊은 고난을 겪는다. 초록 알약은 고아원에서 안정제로 아이들에게 매일 지급되던 것인데 훗날 이것이 마약성 물질이었음을 알게 된다. 하먼은 이 알약을 먹으면 두뇌 회전이 빨라져 체스 실력이 일시적으로 상승한다. 때문에 난적을 만났을때 알약의 힘에 자주 의존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먼은 그동안의 선택을 강요받은 삶에 지쳐 술에 중독되는 모습도 보인다. 하먼을 향한 많은 관심과 성공의 이면에 아직 어린 하먼에겐 기댈 사람이 필요했다. 새엄마마저 죽고 나서 혼자가 된 하먼은 방황한다. 

 

'재능'을 가져다 주는 알약, '즐거움'을 가져다 주는 술. 이 두가지만 있다면 삶은 행복한지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알약과 술의 공통점은 '성취하는 즐거움'을 앗아간다는 것이다. 알약이 있으면 노력할 필요가 없고, 술이 있으면 성취할 필요가 없다. 하먼은 이미 가진 재능과 쌓아온 실력으로 챔피언은 아니지만 정상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현실과 타협하며 적당한 삶을 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세계 챔피언 보르고프는 그녀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녀는 고아야. 생존자. 그들은 우리와 같아. 지는건 선택지에 없지.

 

 

베르고프는 그녀와 공식적으로 만난적도, 사적으로 얘기를 나눈적도 없지만 고아라는 사실만으로 그녀의 삶을 단번에 꿰뚫어본다. 그리고 이는 그녀의 체스 플레이에서도 드러난다. 매우 공격적이며, 무승부는 없다. 그녀는 동료와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술과 알약에 의존하지 않고 체스 실력을 단련해나간다. 

 

이야기의 마지막에서 그녀는 소련의 체스 대회에 초청받는다. 그러나 집을 사는데 돈을 써버린 하먼은 경비가 부족해 가지 못할 위기에 쳐한다. 그때 그녀의 고아원시절 친구가 등장한다. 하먼에게 처음 체스를 가르쳐준 지하실 관리인 '샤이벨'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하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장례식을 위해 고아원에 입양후 처음으로 돌아온 하먼은 지하실로 내려간다. 그리고 샤이벨과 체스를 두던 책상 옆 벽면에 그동안 자신이 밖에서 이름을 떨치며 보도되었던 수 많은 신문기사가 스크랩되어 붙여져 있는것을 발견한다. 자신은 잊고 지냈지만, 샤이벨은 묵묵히 지하실에서 그녀의 성장을 멀리서 수년간 지켜본 것이다. 하먼은 그동안 연락한통 주고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샤이벨과 어릴적 자신이 유일하게 찍은 사진을 보며 오열한다. 한편 그녀의 친구는 하먼의 사정을 듣고는 주저없이 경비를 위한 거금을 빌려준다. 그리고 자신의 수호천사라며 고마워하는 하먼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린 고아가 아니었어. 서로가 있었으니까. 무슨 말인지 알아?

난 네 수호천사도 아니고, 널 구해주러 온 것도 아니야.

너한테 내가 필요하니까 내가 여기 있는거야. 그게 가족이야. 그게 우리고." 

 

 

이 대목을 통해 이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서사가 분명히 드러난다. 하먼에게 필요한 것은 초인적인 힘도, 행운도, 재능도 아니었다. 그저 우리 주변 어딘가에 있는 '가족'과도 같은 존재들이다. 도움이 필요할때 곁에 서로 있어주는 존재, 몇 년이 흘러도 잊지 않고 기억해주는 존재다.

 

결국 그녀는 대회의 결승전에서 모두의 도움을 받아 알약과 술의 도움 없이 보르고프를 무찌르고 우승을 차지하며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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