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신고
3번째 휴가를 나왔고, 마지막 글을 쓴지 벌써 3달이 흘렀다. 브런치 활동 소식과 함께 돌아오겠다는 야심찬 포부는 온데간데 없다. 이에 대한 변명과 함께 근황을 알리러 염치없지만 글을 써 본다.
지난 2번째 휴가를 마치고 부대 복귀 후 한동안 바빴다. 2월에 혹한기 훈련이 잡혀 있었고 여단장과 대대장 이,취임 후 여러 행정사항이 변동되며 부대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3월에는 조금 잠잠해져 계획했던 공부와 글쓰기에 나름 매진할 수 있었다. 무슨 공부와 글쓰기 인지는 후술하겠다. 그렇게 평화로운 일상이 지속되나 싶더니 3월 말에 우리 대대에 코로나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났다. 결국 우리 중대원 모두가 격리시설에 들어가는 사태가 일어났다. 나를 포함 절반 정도가 확진되었고, 나머지 인원은 밀접접촉자로서 격리되었다. 3번의 pcr 검사 끝에 미결정 - 음성 - 양성 판정을 받은 나는 하루 단위로 격리실을 옮기며 확진자 회복시설로 이동했다. 원룸 크기의 방에 두명이서 일주일간 한발짝도 나오지 못한 상태로 도시락만 까먹으며 생활했다. 그 안에서는 휴대폰과 함께 자유로운 생활이 가능했단 점은 좋았지만, 그 뿐이었다. 중대원 모두가 복귀하자 벌써 4월 중순이었다. 4월에는 부쩍 많아진 부대 훈련을 몸소 체감할 수 있었다. 날씨도 따듯해지며 슬슬 땀이 자주 나고 에어컨도 틀게 되었다. 벌써 여름이 연상되었다. 5월에 큰 부대 일정이 잡혀있는 터라 4월 말에 그에 대비한 훈련이 자주 있었다. 5월에는 휴가가 통제되는터라 이전에 한번 나와야겠다고 생각하여 나오게됐다.
작년 11월에 산 선형대수-최적화 이론 책을 꾸준히 공부하고있다.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1달에 1챕터 씩은 보려 하고 있다. 싸지방은 점점 덜 가는 추세다. 멀어서 가기 귀찮을 뿐더러 코딩이 손에 안잡힌다. 컴퓨터로 뭐 하고 싶은 것도 없고. 한동안 글을 쓰러 자주 갔었다. 브런치 작가에 합격한 후, 초고 작성을 위해 나름 부지런히 키보드를 두르렸었다. 워낙 기획한 글의 시리즈와 양이 많아서 아직은 무대포로 양을 채우는 데 급급한 상황이라 글을 발행할 여유는 없었다. 그래도 2~3천자 분량의 짧은 글을 8개 정도 써놓은 상태고, 슬슬 다듬어서 첫 발행을 할 계획이다. 나도 계획한 공부와 글쓰기를 더 하고 싶은데, 펜이 쉬이 손에 잡히지 않는 요즘이다. 말년이 되간다는 것이 이런것일까. 아, 이번달 병장도 달았다.
어느새 군 생활 70%를 돌파했다. 휴가를 제외하면 남은 군생활은 4달 남짓이다. 아직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정말 얼마 안남았다. 남은 군생활은 인사계원 일 인수인계와, 개인 공부 및 전역 준비에 매진할 생각이다. 뭐 선임으로서 아직 중대를 책임지거나 인원들을 이끄는 역할이 없진 않겠으나 서서히 그 비중을 줄여나갈 계획이다. 훈련만 좀 없었으면 좋겠는데, 상황이 뜻대로 되질 않는 것 같다.
그럼 다음에 또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