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생활 중간점검
1월 11일, 드디어 내 군생활이 50%를 달성하고 반환점을 돌아 전역을 향하기 시작했다. 입대 전 심란한 마음을 안고 글을 쓰던 그때의 감정이 생생한데, 어느새 절반을 왔다. 두 번째 휴가를 마무리하고 부대 복귀를 준비하는 요즘, 절반의 군생활이 과연 만족스러웠는지 점검해보고자 한다.
제일 힘들고 정신없던 훈련소 기간
훈련소 생활은 새삼 말할 것 없이 제일 힘들었던 기간이다. 180도 바뀐 환경에 적응하고, 힘든 훈련을 이겨내느라 정신적으로, 물리적으로도 지쳐있던 시기다. 인생에서 가장 길었던 6주였던 것 같다. 이 기간을 거침으로서 겨우 1인분의 몫을 해내는 군인이라 불릴 수 있게 되었다.
힘들진 않되, 바깥이 그리웠던 후반기 교육
후반기 교육은 말 그대로 훈련보다 '교육'이 주였으므로 몸이 힘들진 않았다. 생활도 훨씬 자유로웠고, 정신적으로도 여유가 있었다. 교육시간에는 말 그대로 공부하고, 이후 개인정비 시간에는 TV를 보거나 전화를 하는 등 규칙적인 삶을 살았다. 원래 예정치 않은 후반기 교육이었기에 빨리 자대에 가고픈 마음이 컸다. 때문에 3주가 의외로 조금 길게 느껴졌던 것 같다. 공부를 소홀히 하지 않아 성적 우수 상장까지 받았다. 나름 바람직했던 3주.
자대에 적응했던 첫 한 달
자대는 생각보다 꽤 괜찮은 곳이었고, 덕분에 빨리 적응하고 내가 하고픈 것을 할 수 있었다. 2주 대기 기간을 거치고 처음 근무에 투입했을 때에는 많이 정신없었지만, 역시 금세 적응했다. 무엇보다 인사 계원을 하기로 결정한 후 인수인계받는 과정에서 많은 부담과 걱정이 있었다. 그러나 엄청 친절하고 똑똑한 선임 덕에 무리 없이 인수인계받을 수 있었다.
본격적인 공부 시작, 그리고 운동까지
어느 정도 자대에 적응했을 무렵, 본격적으로 사지방에서 코딩 공부를 시작했다. 제일 먼저 한 것은 알고리즘 공부다. 처음부터 기초를 다시 닦기로 했다. 한번 싹 흝고, 이후엔 문제 사이트서 문제만 풀기로 했다. 생활관에 아주 편히 있는 게 아직 어려울 때라 사지방에 오히려 자주 가게 됐던 것 같다. 주말에는 거의 무조건 갔고, 평일에도 여유가 되면 가서 공부했다.
체단실에서 웨이트 트레이닝도 시작하게 되었다. 생활관 바로 앞에 체단실이 있다보니 호기심에 가보게 되었다. 사회에서 조금씩 홈트레이닝을 했던 원동력으로 체단실에서 운동을 하기로 했다. 확실히 조금씩 변화하는 내 몸을 보는 재미에 한창 열심히 했다.
국군장병오픈SW 해커톤, 그리고 첫 휴가
7월 즈음 대회 공고를 보고 참가를 결정했다. 사실상 이 대회 참가가 3달간의 공부를 대신했다. 각 분과별 수업을 수강하고 예선 테스트가 진행되었기에 수업을 수강하는 것이 내 공부의 주가 되었다. Cloud/Infra 분야를 신청하여 공부하게 되었는데, 그동안 벼르고 있었던 영역이라 되게 재밌게 공부했다. 그렇게 한 달간 예선을 마치고 9월 휴가 때부터 10월 말까지 본선 준비로 매우 정신없는 두 달을 보냈다. 이에 대한 내용은 이미 블로그 후기가 올라와있으니 참고하시길. 아무튼 이때는 시간이 나면 무조건 대회 준비를 했기에 가장 열심히 공부했던 시기라 할 수 있다. 개발실력이 이때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첫 휴가도 덕분에 매우 정신없이 보냈다. 시간은 한정돼있는데 볼 사람은 많아서 거의 매일 점심 저녁으로 약속을 나갔다. 그래도 날 찾아주는 사람이 많아서 매우 고마웠다. 휴가를 나갔다 오니 중대 고참들이 싹 다 전역했다. 후임들도 적응하고 자리를 잡고 있었다. 확실히 첫 휴가를 나갔다 오니 훨씬 안정된 생활이 가능했다.
잠시간의 번아웃과 공백기
바쁜 대회기간이 끝나고 잠시간의 휴식기를 가졌다. 이제 사지방은 쳐다도 안 보게 되고 머릿속을 좀 비우고 싶었다. 그렇게 11월 중순 대회 결과 발표가 날 때까지 쉬었다. 놀랍게도 꽤 괜찮은 상을 수상하게 되고, 이제 다시 공부를 시작할 때임을 알게 되었다.
새로운 공부 계획 수립, 그리고 풋살에 눈을 뜨다
2021년이 끝나가면서 군 자기개발지원금을 빨리 써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내가 공부할 책을 사기로 했고, 책을 고르며 내가 앞으로 공부할 내용에 대해 고민했다. 그렇게 개발과 수학과 관련된 내용의 책을 샀고, 새롭게 공부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대회를 경험하면서 시야가 바뀌었기에 그에 따라 새로운 계획이 생겼다. 가장 중점적인 것은 선형대수 책을 하나 사서 그 책을 어느 정도 떼는 것이다. 개발 공부도 중요하지만 수학 실력이 늘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AI를 공부하는 데 중요한 선형대수를 한번 떼는 게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첫 한 달은 만족스럽게 진행되었다. 계획했던 진도보다 빠르게 진행되었고, 무리가 없었다. 그러나 연말이 되며 중대에 바쁜 일이 겹치고 분위기도 되게 어수선해서 공부에 집중할 환경이 마땅찮아졌었다. 거기에 근무도 되게 빡빡해져서 연등을 할 엄두조차 못 냈다. 그렇게 두 번째 달은 계획치를 미달한 채 휴가를 나오게 되었다.
웨이트 트레이닝은 계속 꾸준히 하고 있는데, 풋살에 새로 맛들리게 되었다. 이전엔 농구파라 풋살을 별로 내키지 않았는데, 막상 몇 번 해보니 재능도 있고 엄청 재밌어서 늘 주에 한두 번은 하게 되었다. 하니 확실히 체력도 올라가고 하체 근육도 커졌다. 대대에 풋살 리그대회도 생기면서 후임들 데리고 중대 대표 격으로 경기도 했는데, 중대에 실력자들이 다 전역하거나 다쳐서 못 나오는 게 아쉬웠다.
그리고 지금
두 번째 휴가를 나와 뒤를 돌아보는 중이다.
부대에 크고 작은 이벤트도 많았으나 딱히 중요하진 않으므로 서술하지 않았다. 보면 알다시피 내가 중점에 둔건 '공부'와 '운동'이다. 이 두 가지만 챙겨도 성공적인 군생활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공부는 솔직히 끝이 조금 아쉽긴 하나 큰 대회에 나가 많은 성장과 함께 좋은 결과도 얻었으므로 만족스럽다. 공부는 이후 남은 9개월을 어떻게 활용하냐에 따라 달렸다. 운동은 그냥 만족스럽다. 몸은 우리 엄마도 깜짝 놀랄 정도로 많이 좋아졌고, 나 스스로도 변화를 느끼는 중이다. 풋살이란 스포츠도 새로 접하고 재밌게 즐기는 중이고, 지금껏 살아오면서 가장 건강한 때인 것 같다. 앞으로 이대로만 하면 될 것 같다.
무엇보다 그저 큰 사고 없이 무리 없이 자대에 잘 적응하여 어느덧 절반이 흘렀다는 것에 큰 의의를 두고 싶다. 선임을 잘못만나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울 수도 있는 노릇인데, 운이 좋아 좋은 부대에 왔다고 생각한다. 인사 계원으로서의 역할도 1인분을 충분히 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짊어진 책임에 대해서는 뭐라 자책하고 싶지 않다. 지금이 딱 좋다.
마치며
슬슬 사회로 복귀할 준비를 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벌써?) 앞으로 많으면 두 번정도 휴가를 더 나올 것 같은데, 전보다 더 자주 나올 것 같다. 그러다 보면 시간도 조금 더 빠르게 가겠지. 아, 블로그 글도 예전처럼 조금 더 자주 쓰려고 노력할 예정이다. 해커톤 전후로 글이 너무 없어서 죄송했다...ㅎ 그럼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