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리뷰
어릴 적부터 스파이더맨에 환장하던 나였다. 정확히는, 토비 맥과이어가 연기하던 샘 레이미 감독의 영화 속 '스파이더맨'을 미칠 정도로 좋아했다. 때문에 토비 맥과이어, 앤드류 가필드가 연기한 스파이더맨과 그 빌런들이 다시 등장한다는 소문이 돌던 이 영화를 차마 놓칠 수 없었다. 다행히 늦지 않게 휴가를 나와 영화관에서 영화를 관람할 수 있었다. 영화의 리뷰와 함께 '스파이더맨'이란 캐릭터에 대한 내 생각도 풀어놓아보려 한다.
[스포일러 시작!!]
기대의 '제 값'을 하는 영화.
영화의 '작품성'이 아주 좋다고는 못하겠다. 그렇다고 존 와츠 감독이 '요리'를 못한 것은 아니다. 재료가 너무 신선하고 값져서, 섣불리 잘못 건드리면 오히려 요리를 망칠 가능성이 있기에, 최소한의 필요한 스토리와 연출을 주로 삼았다. 액션의 스케일이나 화려함 자체도 전 두 작품보다는 덜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역대급 캐릭터들을 출연시키면서 팬들이 기대하게 되는 '거의 모든' 요소를 모두 넣어주었다. 때문에 이 영화는 그동안의 어마어마한 기대에 '제 값'만큼 부응한다고 본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평론가의 관점을 내려두고, 평범한 스파이더맨 팬으로서 이 영화는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스파이더맨 팬'들을 위한 또 다른 선물이라 볼 수 있겠다. 마블의 가장 사랑받는 캐릭터, 스파이더맨. 마블이 스파이더맨의 실사화 권리를 소니에게 헐값에 팔아넘긴 이후 두 스파이더맨 영화 시리즈 개봉 후 어벤져스에 합류하기까지 10년이 넘는 세월이 걸렸다. 그러다 보니 3명의 실사화된 스파이더맨이 존재하게 되었는데, 이를 한 영화에 모두 등장시킨다니. 대체 누가 이런 생각을 했단 말인가. 처음 루머가 떠돌았을 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를 해내다니, 역시 마블답달까.
그동안 스파이더맨 영화에 등장했던 모든 메인 빌런들이 등장한다. 그린 고블린, 닥터 옥토퍼스, 샌드맨, 리자드맨, 일렉트로까지. 정말 반가운 얼굴들이었다. 개인적으로 영화에서 가장 소름 돋은 부분은, 일렉트로가 스파이더맨을 공격할 때 공격을 막아주던 샌드맨의 등장이었다.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3을 본 사람을 알겠지만, 샌드맨은 영화의 끝에 토비 맥과이어의 용서를 받고 참회하며 떠난다. 영영 이어지지 않을 줄 알았던 그 이후의 이야기가, 샌드맨이 스파이더맨을 도와주며 이어질 때, 나는 정말 깊은 소름을 느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앤드류 가필드, 토비 맥과이어의 등장. 더 말할 필요가 뭐 있는가. 이미 누가 나올지 알고 있음에도 어쩔 수 없이 저려오는 감동은 막을 수가 없더라.
모두가 숭고하게 지켜온 '스파이더맨의 정신'
영화의 초반, 톰 홀랜드의 차원으로 이동된 빌런들을 치료해준다는 전개는 나름 참신했다.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모종의 이유로 힘을 얻은 빌런들은 모두 비참한 최후를 맞을 뿐, 누가 치료해서 되돌려주진 않는다. 그러나 역시 빌런은 빌런일 뿐, 사고로 메이 숙모가 죽게 되고, 톰 홀랜드는 메이 숙모의 뜻을 곱씹는 동시에 복수에 눈을 뜨려 하게 된다. 이때 우리가 예상하듯 선대 스파이더맨들이 나서 슬픔을 공유해준다. 차원이 달라도 스파이더맨을 꿰뚫는 하나의 정신.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서로 다른 시리즈의 캐릭터가 이렇게 뭉쳐도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감동적인 이유. 그것은 이전에 캐릭터 '스파이더맨'이 지니고 있던 정신의 힘이다. 그 정신을 팬과 감독, 제작자 모두가 숭고하게 지켜왔기에 비로소 이 영화가 탄생할 수 있었다.
스파이더맨을 좋아하던 한 꼬맹이
정확히 언제부터 스파이더맨을 알게 되어 좋아하게 되었는지는 가물하다. 그러나 스파이더맨 3가 개봉했을 적 엄마를 졸라 엄마와 같이 영화를 본 기억은 생생하다. 스파이더맨을 따라가면 내 유년기가 보인다. 영화를 보다 보면 닥터 옥토퍼스가 토비 맥과이어를 알아보고 안부를 묻는 장면이 나온다. 혹자는 그것을 보고 어느새 20년의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되어버린 그때 그 스파이더맨 팬들을 향한 안부인사라고 해석한다. 20년 전만 하더라도 히어로란 것은 아직 마니아 층이 아닌 대중에게 생소한 개념이었다. 이미 유명한 '슈퍼맨', '배트맨'의 이미지는 엄청한 힘을 과시하고, 그 힘으로 악당들을 언제나 여유롭게 제압하는 이상적인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 스파이더맨은 주어진 힘에 따른 책임이 어떤 것인지를 가장 절실히 보여줌으로써 단번에 대중을 사로잡은 인기 캐릭터로 떠오를 수 있었다. 이 세상 사람 모두가 이미 누군가를 지키고, 책임을 지며 살아가는 누군가의 히어로이기에, 스파이더맨의 처절한 모습에 쉽게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른이 된 지금, 그 뜻을 다시금 헤아리는 계기가 되었다.
맺으며
일부러 본 글에 영화의 줄거리에 대한 내용을 최대한 삼갔다.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보러 가길 바란다. 똑같은 가격으로 영화 한 편을 볼 수 있는데, 이 영화는 분명 그 이상의 가치를 담고 있다.